일요일 새벽,
어제 내린 비로 차창 너머 바람이 오늘따라 싱그럽다.
전 같으면 일요일이니 조금 더 자볼까 하며 뒤척였을 텐데,
이젠 그럴 틈도 없다.
할 일이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오늘,
다시 살아 있다.
조금 늦었지만
제자리를 되찾은 듯하다.
어머니께 용돈도 보낼 수 있고,
아내 눈치도 피할 수 있고,
아직은 어린 아이들과 외식 한 번쯤은 할 수 있으니.
고맙고, 다행이다.
가끔 노령 사회에 대한 뉴스를 본다.
그게 바로 나의 일이구나 싶어 주의 깊게 본다.
평균 수명이 길어졌다고 한다.
백세 시대는 이미 도래했고,
우리 모두가 그 문턱에 서 있다.
그러나 하는 일 없이,
돈 없이,
병들어 오래 사는 삶은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고 죄악이지 않겠는가?
그렇다 하더라도
다가오는 죽음을 일부러 마중 나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제는 늙은 아이,
아직은 애늙은이.
그 긴 날들을
그냥그냥,
설렁설렁,
대강대강 살아갈 수만은 없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야 한다.
지난날의 영광에 젖지 말고,
거추장스러운 체면과
허울 좋은 자존심은
훌쩍 벗어던져야 한다.
능력이 없으면
누가 나를 알아주겠는가?
자존심이 아닌,
진짜 ‘자긍심’을 품어야 한다.
우리는
인생의 반환점을 겨우 돌아선 것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후반전이다.
지금이야말로
다시 뛰어야 할 시간이다.
용기란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이다.
친구들이여,
혼자 견뎌보았는가?
하루 종일
전화 한 통, 문자 하나 오지 않는 외로움 속에서
텅 빈 도서관,
산길,
뺑뺑 도는 지하철 속을 떠돌아보았는가?
이제 우리,
가슴을 열고
함께 걸어가 보자.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일 때
삶은 다시 시작된다.
죽으면
부의금 십만원이면 끝이라 하지만,
살아 있는 동안
오래된 친구에게,
흘러간 인연에게
“나 아직 살아 있다”고 손 한번 흔드는 일,
그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괜히
어디엔가 지껄여보고 싶어서,
그냥 이렇게 써본다.
내가 돌아왔다고,
이 글을 지갑 속 주민등록증 옆에 넣고 다니며
내 마음을 달랜다고.
그리고 이렇게
나이 들수록 더 지혜롭기를 다짐한다.
'설치지 말고,
성내지 말고,
알고도 모르는 척.
미운 소리,
군소리,
헐뜯는 소리 하지 말고 어수룩하소.
옛날 일은 다 잊고,
잘난 체하지 마소.
감사함을 잊지 말고,
언제나 고마워하소."
이제,
우리 다시
한 번 더 뛰어보자.
2009년 10월 30일 + 2010년 8월 8일
그리고 오늘,
2025년 여름 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