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다시 첫 출근을 했다.
나이 예순.
묘하게 설레는 새벽 공기 속에서
붉은 카펫처럼 보이는 아스팔트를 밟고
지하철을 탔다.
그건 분명히 리무진이었다.
내 인생 제2막을 향한, 작지만 위대한 리무진.
급여는 얼마인지 묻지 않았다.
그저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
허둥지둥 일찍 나설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내겐 기적 같고 감사할 일이다.
어젯밤, 구두를 반질반질 닦았다.
바지도 날카롭게 다려놓았다.
이제는 어머니께, 아이들에게도
당당히 용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턱 하니 친구들에게도 술 한잔 살 수 있다.
나는 한때 택시 운전면허까지 준비했다.
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젠,
내 경력과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일터로
정식 출근하는 것이다.
마누라의 눈치도,
동네 도서관에서 괜한 신문 뒤적이던 시간도
이제는 모두 지난일이다.
육 개월 동안,
서울시 일자리센터, 고용지원센터, 구청,
잡코리아, 경총, 온갖 곳에 이력서를 뿌렸다.
백 번은 넘게 보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죠.
15년은 더 뛸 수 있다던 자기소개서에
감동받았습니다."
그 말이 나를 살렸다.
출근거리는 두 시간.
하지만 나는 예전처럼
서른 분 일찍 도착할 것이다.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고,
영어 공부도 하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하느님께도 다시 기도드릴 것이다.
그리고 우리 딸아이에게 용서를 구해야겠다.
“아빠는 백 원짜리 동전 하나도 없어.
나한테 달라고 그래. 그러면서 아빠라고 그래.”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다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제 나는 뛸 수 있을 때까지 뛸 것이다.
그것이 멋지게 사는 길이다.
우리가 인생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십 년 남짓이다.
그나마 건강이 허락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
부의금 오만 원이면 끝날 인생이니
그 전에 더 돕고, 더 사랑하고,
더 용서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