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나오지 않을 땐 '글'도 괜찮습니다

by 펠렉스

나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돌아보니 이 나이가 되도록
내 생각을 제대로 꺼내 보인 적도 드물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겨우 입을 열려하면
내 말은 늘 다른 목소리에 묻혔다.
입 안에서만 맴돌다 사라진 말들,
끝내 밖으로 나오지 못한 생각들.

누가 묻지 않으면
내가 먼저 말할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상대가 언성을 높이며 나를 밀어붙일 때면
참고 또 참다가
어느새 나 역시 같은 방식으로
맞서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럴 때의 나는
두렵고, 싫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사람을 먼저 피하게 되었다.

이 나이에 와서야
하나를 깨달았다.
알아도 모르는 척,
몰라도 아는 척하는
이 침묵이
나를 가장 오래 지켜주었다는 것을.

말을 하지 않으면
잘났는지 못났는지
드러나지 않는다.
그게 이 시대를
조용히, 수월하게 살아가는
나만의 방식이 되었다.

오랫동안
내 안의 말들을 가두어 두었다.
밖으로 나가지 못한 말들이
독이 되어 터져 나올 때면
나 자신이 미워지기도 했다.

이제는 그 침묵을
비겁함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가장 조용한 생존법이라 부르기로 한다.

말 대신 글로
나를 꺼내어 놓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비로소 숨을 쉬는 순간이다.

말하지 않음이 비겁함이 아니라 살아남는 법이었던 순간,
당신에게도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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