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젊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처음엔 기분 좋은 칭찬으로 들리다가도, 그 말 너머엔
"너도 이제 나이 들었구나" 하는 짙은 뉘앙스가 깔려 있어
마음이 살짝 서글퍼진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어느새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지나
이제는 '이순(耳順)'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
삼십 대에는 내 집 마련에 온 마음을 쏟았고,
사십, 오십 대엔 딸아이 병원비에 가진 것을 다 바쳤다.
정작 이제야 조금 여유를 부릴까 싶으니,
아내는 여전히 자린고비처럼 살뜰하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음이 난다.
사실,
늦게 얻은 아들의 교육비며,
아직 끝나지 않은 딸아이의 병원비까지 생각하면
내 입장에서 뭐라 말할 처지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집 한 채에
잠시 마음을 기대어 본다.
문득, 젊은 날들이 떠오른다.
이제 살아갈 날보다 지나온 날이 더 많아졌다는 사실이
은근한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온 삶 속에서 나는
외로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사랑이 무엇인지, 추억을 가꾸는 법도 배웠다.
고독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무게도
이제는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이 지천명의 나이에,
나는 다시 새로운 내일을 준비할 여유를 갖게 되었고,
더 깊이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함께 꿈을 이야기하고,
아름다움을 말할 수 있는 지금의 나를
조금은 다행이라 여긴다.
오랜 세월 속에서
자신을 다스리는 부지런함을 배웠고,
아직은 누군가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온기도 남아 있다.
그래서 누군가와 기꺼이 함께하고 싶지만,
정작 더 가까이하고 싶은 이들은
내 마음을 선뜻 받아주지 않아
쓸쓸한 안타까움이 남는다.
그래도 나는,
뼛속까지 비워내고
가슴을 활짝 열어
내 진심을, 내 모든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
더 깊고, 더 의미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로,
서로를 있는 그대로 믿고
받아주고 껴안을 수 있는
관심과 배려 속에서
남은 시간들을 따뜻하게 지내고 싶다.
오랜 삶 동안 쌓아온 겉치레를 훌훌 벗어던지고,
자존심이 아닌 ‘자긍심’으로
앞으로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또 다른 꿈을 이야기하고 싶다.
다음 주, 새로운 여행을 떠난다.
1년에 서너 번은 여행을 떠나지만,
늘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07년 5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