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사가 중단되어 조금은 한가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인기척 없는 현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괜히 마음도 심란해지더군요.
그래서 예전 어느 날 써두었던 글 몇 편을 꺼내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냥 지워버릴까 하다가도, 내 삶의 어느 조각이 스쳐 있어
차마 버리긴 아까운 마음이 들어, 조심스레 꺼내어 봅니다.
나 자신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에세이’인지 ‘시’인지, 아니면 그냥 푸념인지…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잊고 지낸 마음 하나쯤 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 글을 브런치에 올려봅니다.
혹시 허물스러운 표현이 있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2025년 7월, 새만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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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황당하고 참담해서,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비보를 듣고 정신없이 상례원에 도착하니, 모두가 눈물바다였습니다.
어린 제수씨는 혼절하여 응급실에 실려가고,
연로하신 어머님께는 감당 못 하실까 봐 아직 알리지도 못한 상황.
어린 조카들은 도무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도 모른 채, 멍하니 서 있었지요.
사망진단서에는 “커피를 먹다 질식사”라 쓰여 있었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 얘기입니까? 어린애도 아니고… 건강하던 동생이 커피 때문에 죽었다고요?
내내 조용하던 하늘은 왜 이 밤, 천둥 번개를 몰아치는 걸까요.
서럽고 서러운 이 밤, 동생이 흘리는 눈물인 것만 같습니다.
동생은 성격대로 급하게 훅 가버렸지만, 남은 제수씨와 아이들은 어찌하란 말입니까.
새벽 4시까지 동생 친구들의 한숨소리와 통곡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 커피가 목에 걸려 죽다니...”
“이제 살만해진다 했더니, 이게 웬 날벼락이냐.”
“거상이 되겠다는 꿈은 또 어쩌라고...”
친구들은 오열하며, 동생의 지난날을 말했습니다.
주변 정리 깔끔하게 하며, 열심히 살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답니다.
여보시게, 동생.
형이 먼저 절을 하니, 자네가 형님일세 그려.
세상에 나올 땐 순서가 있더니, 갈 땐 그런 게 없구먼.
괜스레 형이랍시고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해준 게 한이 되네. 그려.
항상 철없고 어린애 같던 동생이었는데, 그렇게 반듯하게 잘 살아줬네.
자식농사 하나는 잘 지었다며 자랑하시던 어머님…
이젠 그 자랑도 못 하시게 되었으니, 자네는 불효를 저지른 거네.
뭐가 그리 급해, 그렇게 훌쩍 떠나신 건가?
이제 와 돌아보니, 오십이나 육십이나 별 차이 없을지도 모르겠네만.
잠시 아쉽고 서럽겠지만, 긴 세월 흐르고 보면 결국 모두 한 점일진대…
그래도 자네는, 멋지게 살았네.
장례 내내 오륙백 명의 친구들이 북적였고,
화장장과 묘지엔 백여 명이 따라와 마지막을 함께 했으니 외롭지 않았을 거네.
속담엔 “저승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지만, 정승이 죽으면 쳐다도 안 본다” 했다지만,
자넨 정반대더구먼.
그런 자네를 보고 나니, 문득 내가 참 잘못 살아왔단 생각이 들더이네.
그래도 ‘나는 멋지게 살았구나’ 자부했었는데...
가만 돌아보니, 나는 나밖에 모르는 이기심과 자존심으로만 가득한 삶이었네.
육십여 년을 살며, 이렇게 오일장 내내 가슴 저리고 눈물 마를 날 없었던 적이 없었네.
이제 겨우 마음 추스르며 이 글을 쓰고 있네만,
아직도 가슴 한편엔 자네 모습이 아른거린다네.
잘 가시게, 동생.
제수씨도, 자식들도, 어머님도, 형제들도,
그리고 수많은 친구들도—
자네의 사랑, 가슴 깊이 간직할 걸세.
2009년 10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