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며, 하루하루가 이렇게 소중한 것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그런데도 하루를 뜻깊게 보내려 하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10여 년 전, 제가 적어두었던 짧은 글 두 편을 오늘 다시 꺼내봅니다.
그 시절의 저나 지금의 저는, 여전히 우수에 젖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마음이 있어야 세상을 조금 더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경안천에서
100년 만의 폭우가 지나간 뒤, 늦더위와 폭염이 다시 기승을 부렸습니다.
늦깎이 직장 생활은 부딪히는 일이 많아 힘들었지만,
부자연스러웠던 것들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정리되었고,
이제는 웬만한 일에 “그러려니” 하며 적응해 나갑니다.
폭우에 휩쓸려 무너진 가옥, 뒤집힌 콘크리트 도로,
그리고 상처 입은 경안천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그 곁에서 새롭게 피어오르는 벼 이삭들은
수줍게 고개 숙이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예쁘고 정겨운지, 아마도 어린 시절의 살가움이 스며 있어서일 겁니다.
그런데, 세상을 산다는 건 왜 이렇게 각박한 걸까요.
작년에 친구 병문안을 다녀온 뒤, 그 친구를 까맣게 잊고 지냈습니다.
우리 제 발로 걸어 다닐 수 있을 때, 서로 더 자주 만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화 한 번 더 하고, 얼굴 한 번 더 보며 살아갑시다.
아~ 이게 바람이구나
한낮 따가운 햇살을 피해 그늘로 들어섰습니다.
그 순간, 가슴속까지 스며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아~ 이게 바람이구나.”
숨을 크게 들이쉬며, 온몸으로 그 바람을 느꼈습니다.
전에는 왜 몰랐을까요.
풀도, 꽃도, 나무도, 산도, 강도, 들도, 바람도…
쾌청한 하늘 아래 이렇게나 예쁘고 아름다웠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