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서 제 삶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만나는 사람 중에는 '작가'가 많아졌구요, 자연스럽게 '강사'분들도 많이 알게 됐습니다. 무슨일을 하게 되든 주변인이 중요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저도 작가로, 강사로 조금씩 발돋움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된 것도 어찌보면 나의 선택이었고, 강사의 길을 가는 것도 나의 선택입니다. 사실 작가는 그렇다치더라도, 강사라는 직업은 제가 생각해도 외외이긴 합니다. 저는 어디 나가서 발표하는 걸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 제가 남들 앞에 서야만하는 강사를 '선택' 한겁니다.
강사요? 저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첫째, 남들 앞에서면 다리가 많이 후덜거리는 편입니다. 앞에 설 일이 많이 없어서 더 그런거겠지요. 사람들이 저한테 집중하면 그게 그렇게 떨립니다.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입니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내 이야기가 재미 없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됩니다. 둘째, 사투리가 심합니다. 전 경상도가 고향입니다. 지역색이 아주 확실합니다. 나름 표준어 비슷하게 구사한다고 하면 연변사투리처럼 들린다는 핀잔을 듣곤 합니다. 표준어를 부드럽게 쓰는 사람을 보면 그저 부럽습니다. 셋째, 말을 조리있게 못합니다. 원래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던데, 전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평소에도 말이 많지 않습니다. 어휘력도 풍부하지 않아, 표현하는 것도 제한적이라 느낍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알을 깨지 않으면 결국 우물안에서 살 수 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알을 깨는 건 아무도 해 줄 수가 없습니다. 나 스스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익숙함을 쫓다보면 결국 제자리 걸음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느꼈습니다.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두려움을 동반하는 일입니다. 익숙지 않습니다. 배워야 할 것도 넘치구요. 어설픈 나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하고 있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거지요. 일단 부딪혀보고 나에게 맞다 안 맞다를 판단해야, 그게 정확한 거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부산 강의가 잡혔습니다. 자동차 관련 회사입니다. 플라스틱 사출과 금형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입니다. 강의도 해봤던 내용이고, 인원도 20~30명 정도 입니다. 강의 시설도 좋아서 제가 따로 준비할 건 자료뿐입니다. 기분좋은 마음으로 PPT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강의를 연결해준 담당자가 뜻밖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날 강의장에 자신도 들어올거라는 이야기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부담이 되더군요.
직원들이야 열심히 준비한만큼 하면 된다지만, 강의업체 담당자가 함께 듣는건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누군가로부터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렇다고 들어오지 말라고 대놓고 말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평소에도 준비를 열심히 하지만, 아무래도 더 신경써서 준비를 하게 되더군요.
혼자 거울을 보며 연습도 하고, 녹음했던 나의 목소리를 계속 들어보기도 합니다. 시간체크도 꼼꼼하게 하고, 말의 속도도 신경씁니다. 계속 중얼거립니다. 누군가보면 이상한 사람이다 느낄 수 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하는데도 강의전날까지도 마음이 썩 편하지는 않더라구요.
오늘 그 강의를 했습니다. 그렇게 긴 강의는 아니었습니다만, 담당자가 정면에 떡하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팍팍 되더군요. 하지만 정면승부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눈길을 피하지 않고 마주치면서 준비한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준비한 걸 다 하고 나니, 결국은 '끝'이 나긴하더군요.
강의장을 나오면서 생각했습니다. "최고의 무기는 바로 절처한 준비뿐" 이라는 사실을 말이지요. 물론 제가 강의를 엄청나게 잘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적어도 제가 준비했던 건 다 하고 나왔구나 느꼈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압니다. 내가 얼마나 준비가 된 상태인지. 자신이 부족하다 느끼면 남들이 뭐라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믿지 못하니까 떨게 됩니다. 다른 사람은 속일수 있어도 나 자신은 속일수 없는 법입니다. 오늘도 새삼 깨닫습니다. 내가 기댈 곳은 오로지 연습과 준비뿐이라는 사실을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