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엔 아직도 쌀쌀합니다. 온수매트를 미리 켜둡니다. 일과를 마치고 다이빙하듯 몸을 던집니다. 이불속이 얼마나 포근한지 모릅니다. 굽어있던 등이 펴지는 기분, 온 몸이 쭉 펴지면서 하루의 피로가 싹 달아납니다. '아, 좋구만~' 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마냥 웃게 됩니다. 남편에게도 말합니다. 하루 중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이죠. 그 순간 만큼은 아무 생각이 안듭니다. 그냥 다 좋습니다. 그리고는 얼마 안있어 잠이 듭니다. 남편 말에 따르면 5초도 안 걸린다고 하네요. 어떤 때는 실컷 대화하다가 갑자기 잠드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저는 모릅니다. 제가 어떻게 잠이 드는지 말이죠.
대부분 기분 좋게 잠이 듭니다.
어제 밤은 예외입니다. 이런 적이 잘 없었는데, 자려고 누워도 편하지가 않습니다. 머리속이 복잡했거든요. 무엇때문에 잠이 들지 않는걸까.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첫째, 일정에 없었던 일을 해야 합니다. 근데 자료가 하나도 없는 상황입니다. 어느정도의 기본 자료는 있는 줄 알았는데, 정말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익숙한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생각하니 마음만 요란합니다. 둘째, 내일 있을 독서모임 책을 제대로 못 읽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대략 보기는 했는데, 만족스럽지가 못합니다. 리더로서 준비를 제대로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딱히 게으름을 피운 건 아닌데, 결과적으로는 성실하지 못한 사람이 된 것만 같습니다. 셋째, 새로 도전하는 일이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옵니다. 모든 게 그저 막연하기만 합니다. 뭔가를 시도하는 건 두려움을 동반합니다. 가보지 않는 길이라 그저 불안하기만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겁없이 잘하는 것 같은데, 왜 나는 대담하지 못할까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합니다.
잠이 오지 않아서 다시 책상에 앉았습니다. 책을 좀더 봐야겠다 싶더군요. 마음이 어수선해서 그런걸까요. 책이 눈에 잘 안들어옵니다. 게다가 이번에 읽는 책이 뇌에 관한 이야기라 의학적 용어가 계속 나옵니다. 읽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머리는 다른 생각을 담습니다. 수 많은 영상이 지나쳐 갑니다. 하나의 영상이 연기처럼 사라지면, 또 다른 영상이 채워집니다. 문제는 긍적적인 화면이 별로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것도 안 좋은 장면이고, 저것도 우울한 모습입니다. 다시 시작되었구나! 부정적인 마음이 찾아온거지요.
아직 내공이 부족해서일까요. 문제가 생기면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안될거야, 나는 못해 같은 부정적인 마음이 먼저 듭니다. 한 번씩 이런 기분에 사로잡히면, 헤어나오는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습니다. 크게 마음을 먹지 못하는 내가 실망스럽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부정적인 마음이 올라옵니다.
문제 하나를 해결했더니,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납니다. 그때는 아무 근심걱정없이 살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그동안 꽤 마음을 잘 다스려왔다 생각했는데, 또 못난 마음에 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허우적거릴 수는 없습니다.
비행기가 항로변경을 계속 하면서 목적지로 날아가듯, 우리도 나쁜 마음으로 빠지려는 내 마음을 계속 다잡으면서 나아갑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사람의 마음은 가만히 두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기 마련이라고. 그래서 일부러 힘을 주는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용기를 주는 강의를 듣기도 합니다. 책을 보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입니다. 알지만 계속 잊어버리니까 반복하는거지요.
"오늘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가. 결정하는 하는 것은 나 자신입니다." 아무도 대신 해줄 수가 없습니다. 하루 24시간 입니다. 이왕이면 쭈굴한 모습보다는 웃는 모습으로 살아보기로 다짐해봅니다. 제가 안 웃으면 세상 못생겨지거든요. 오늘도 '긍정'으로 다시 리셋합니다. 또 잊어버릴테지요. 그러면 다시 시작하면 되는겁니다. 생각해보니 별거 아닙니다. 까짓것 될때까지 해보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