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삶의 본질을 묻게 되더군요.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라 더 공감이 되었습니다. 시간대가 맞지 않아서인지 안 본지가 꽤 되었더군요.
우연히 한 영상에 눈이 갔습니다. 시골 병원이 나오더군요. 제목이 '이상한 진료실'입니다. 아직은 어둠이 깔린 시간, 한 남자 어르신이 시장 한 편에 있는 내과 의원 문을 엽니다. 열쇠를 가지고 있더군요. 뒤따라 할머니 두 분이 들어옵니다. 익숙한 듯 불을 켜고 여기저기 챙겨 봅니다. 한 할머니는 쌀을 꺼내 밥을 짓고요, 할아버지는 커피를 뽑아 할머니들에게 나눠 줍니다. 그러고는 늘 그랬다는 듯, 침대에 누워 찜질을 합니다.
잠시 후, 병원 직원들이 도착합니다. 직원이라 해봐야 3명이 전부입니다. 카운터를 보는 30대 중반의 여자분, 병원 전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40대 여자분, 물리치료를 맡아서 하는 50대 남자분까지요. 의사 선생님 인듯 보이는 분도 보입니다. 안경을 썼고요. 나이는 '54'라고 뜹니다. 인상이 참 좋습니다, 키도 180cm는 되어 보입니다. 선생님의 진료가 바로 시작됩니다. 어르신들은 저마다 먹을거리를 하나씩 싸 들고 옵니다. 김치며 각종 반찬도 있고요, 팥죽, 갓 수확한 무, 갓 지어낸 떡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의사 선생님의 스토리가 있더군요. 서울대를 졸업했답니다. 외국에 있는 IT업계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요. 아버지도 내과 의사. 엄마는 약사, 두 명의 여동생도 모두 안과 의사와 산부인과 의사입니다. 가족의 영향으로 의사 공부를 다시 하게 되었다는군요. 그러다가 10년 전쯤에 위암 판정을 받게 됩니다. 생과 사를 오가는 위험한 순간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때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내가 죽으면 내 이름 석 자를 어떻게 기억해 줄까?'라고요. 역시 사람은 절박한 상황이 되면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게 되나 봅니다.
그가 내린 답은 바로 이거였습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자'라고 말이지요. 사람들은 도시에 있는 멋진 병원을 개원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선택한 곳은 시골의 작은 시장이었습니다. 그곳에 허름한 점포를 하나 얻어 내과 의원을 개원하게 됩니다. 그는 강조합니다. 누구나 와서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랐다고요.
할머니 한 분이 말린 나물을 3가지 들고 옵니다. 주려고 그러나 보다 했더니 팔아달라고 합니다. 다 못 팔고 남은 거라고 하면서요. 꿀을 팔아달라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올려두면 사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중간다리 역할도 하는 병원이었습니다. 인터뷰에서 의사는 말합니다. 그전까지는 까칠했다고요.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을 합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가 어떤 답을 내리는가에 따라서 삶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이래서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고 철학이 필요한가 봅니다. 그는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답을 찾았습니다. 오래간만에 의사다운 의사를 만난 것 같아 보기가 좋습니다. 나는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싶은지, 생각하게 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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