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년이 지났구나...

옛 생각의 단편 - No. 233

by Gump

수개월 전부터 네이버 카페 및 블로그 정책이 바뀐 바람에...

이젠 그 누군가가 내 글을 보는지 안 보는지도 알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난 꾸준히 글을 남겨왔다.


이 공간에 올려지는 글은 그 누군가에게 일부러 보이기 위해 작성된 것이 아니니까.


언젠가 자신의 일기를 책으로 엮어 나에게 선물한 적이 있었지.

오직 나만이 볼 수 있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


조금 전, 오랜만에 그 책을 다시 꺼내 읽어보았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찬찬히 읽어보며 느낀 점은 처음 받아 들었던 그때와는 다른 감정이 차오른다는 것.

이 감정 덕분에 문득 오늘 오전의 기억이 피어오른다.




난 오늘 오전에 변속기 오일을 교환하기 위해 자동차 정비소에 다녀갔더랬다.

자가 정비소, 내가 직접 정비할 수 있도록 장소와 공구/장비만을 대여하는 곳.


숙련된 전문 정비사라면 30~40분이면 충분하겠지만, 난 2시간이나 걸렸다.

난 자동차 정비사가 아니니까...


이 차종의 ATF 교환을 처음 해보는 탓에 작업이 다소 느리게 진행되었지만, 자기 자신의 정성과 노력이 고스란히 투영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자가정비를 선호한다.


아울러, 내 몸을 싣고 달리는 이 녀석에게 가끔은 말을 건네기도 한다.


"고맙다", "힘내",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등등...


이런 사실을 만약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날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왜 차가운 기계에게 말을 거냐고...


난 철저한 과학자이지만, 동시에 유신론 자다.

인간의 말에는 불가사의한 힘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난 확실히 깨달아 알고 있다.


그런 까닭에 난 내가 관리하는 자동차에게 친숙한 듯 말을 걸며, 애정의 손길을 담아 보살핀다.

헌데, 오늘 이렇게 이 아이의 변속기 오일을 교환하다 보니, 문득 그 누군가의 자동차도 함께 떠올랐다.


처음 태어난 그 순간부터 내 차랑 똑같은 사랑을 받아왔던 그 녀석...


과거, 가끔 엔진오일과 각종 필터들을 체크하며 난 그 녀석에게도 말을 해줬다.

"아프지 않게 내가 잘 관리해 줄게"라고...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내 손길이 닿은 지 벌써 8개월이 지나버렸구나.


그 녀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지금의 내 마음속에는 자그마한 미안함이 꼬마 같은 안쓰러움과 더불어 자리하고 있다.


잘 관리되고 있을까?


적어도 3개월마다 한 번씩 초순수로 엔진 냉각수 보충을 해줘야 하는데 그건 잘 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제 슬슬 변속기 오일도 교환해줘야 할 텐데...


기계는 주인을 닮는 법이다.


그 주인이 사랑받길 원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소유한 기계도 사랑받길 원한다.

이런 이유로 기계는 자신을 관리하던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면 아프기 시작한다.


이런 내 생각이 그저 기우일 뿐이면 좋겠다.


아프지 말고, 그 사람에게 헌신하며 오래오래 건강하길 바란다.


행여, 우연히라도 널 마주하게 되면 꼭 "잘했다"라고, 그리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라고 칭찬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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