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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ice 유니스 Apr 19. 2022

치자

치자는 고대부터 사용된 대표적인 황색 염료이다.


치자는 옷감을 노랗게 염색하는데 뿐만 아니라

예부터 약재로도 사용되어 왔다.


어릴 적,

이유는 모르겠지만

유독 잘 넘어지곤 했다.


다리에는 늘

검붉은 피딱지와 시퍼런 멍으로 가득했었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치자가루를 물에 개어

밀가루와 함께 치대어 만든 노오란 반죽을

시퍼렇게 멍이 든 부위에 붙여주시고는

반죽이 떨어지지 않게

비닐로 싸매어주셨었다.


멍과 붓기를 빼기 위한 민간요법이었다.


그 밖에도

우리 할머니의 민간요법은 다양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가시가 살에 박히면

치약을 발라주셨고,


눈 다래끼가 나면

참기름을 발라주셨고,


상처에 피가 많이 나면

갑오징어 뼈를 가루를 내어 발라주셨다.


돼지고기를 먹고 체하면

짜디짠 새우젓 한 숟가락을 먹이셨고,


으슬으슬 감기 기운이 있으면

배숙은 기본이고

파를 뿌리째 한가득 넣고 끓인 물을 먹이셨다.


양쪽 코가 꽉 막혀서 숨 쉬기가 힘들 때면

호랑이 똥 연고를 콧구멍 안쪽에 발라주셔서

연고의 화끈화끈함 때문에 눈물 콧물을 쏙 뺐던 기억도 있다.


우리 할머니표 민간요법의 최고봉은

모기약 요법인데,


등이 가려워 잠 못 이루면

할머니는 등가죽 위에 스프레이 모기약을 뿌려주셨다.


아마도 피부에 작은 벌레 같은 것이 있어서

등이 가려운 거라 생각하셨던 듯싶다.


우리 할머니의 민간요법 떠올리다 보면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과학적으로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그저 웃음이 난다.


과학과 의료가 발달한 요즘에는

우리 아이들이 경험해 볼 수 없는 감성이기에 아쉽기도 하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감성과 낭만의 시대는 저물어가니까...




집 앞에 핀 치자꽃을 보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잊고 지냈던 아련한 기억들은 그리움이 되어

내 가슴을 치자 빛으로 노랗게 물들인다.


*** 앞으로 '색에 대한 잡념들'매거진은 티스토리 달달 디자인 연구소 daldal design laboratory 에서 이어갑니다.

 https://daldal-design.tistory.com








* 이미지 출처 : https://m.smartstore.naver.com/taeyoungmall/products/3696193982?NaPm=ct%3Dl21yj5yo%7Cci%3Df90cb59c7fd7d021652e8d80c89e0a2850d36628%7Ctr%3Dimg%7Csn%3D706801%7Chk%3Dbe3db63ef200a721eeb98d5062a0d176ef24677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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