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주는 위로
도종환 시인의 시를 읽고 싶어서
직장인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자유시간인 점심시간을 쪽 내어
버스를 타고 중고서점에 가서 시집을 사왔다.
급한 마음에 얇은 책을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그의 시에는 산과 강, 꽃과 나무가 많이 나온다.
시는 흰 종이 바탕의 검은 색 글씨이지만
책을 펴는 동안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에 취하기도하고,
겨울바다에 부는 스산한 바람에 옷자락을 움켜쥐기도 하고,
여리여리한 꽃 한 송이의 삶에 대한 강렬함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며...
잊고 있던 나의 감각들이 살아남을 느낀다.
그의 시는 나의 감성과 닮았다.
지난한 삶에 대한 고찰...
그러함에도 묵묵히 걸어가는 오늘을 바라보는 시선...
체념한 듯 하지만 문뜩문뜩 느껴지는 고독과 외로움...
강인한 듯 하지만 연약한...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타고난 멜랑꼴리...
나를 닮았다. 아니 내가 그를 닮았다.
나와 감성이 닮은 시집을 발견한다는 건
나와 닮은 친구를 만난 것 같은 희열을 느끼게 한다.
다시 맨 앞장으로 돌아가
이제는 글자 한자 한자를 숨을 고르며 읽어간다.
빠듯한 살림살이 가운데
4천원 주고 산 얇은 시집 한 권 덕분에
며칠 동안은
감성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지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