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by eunice 유니스

기적


MZ세대라 불리는 요즘의 청년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그들의 녹록지 않은 삶에

기성세대로써 왠지 모를 미안함과 안쓰러운 마음에

가슴 한 구석이 시려온다.


어느 세대보다 똑똑하고

자기 계발을 위해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지만

양질의 직업을 갖기에는 너무나도 경쟁이 치열한 세대.


그들은 부모의 부와 가난을 그대로 물려받으며

'공정'하지 않은 사회, '노력'이 보상받지 못하는 사회에 대해

분노하거나, 무기력해하곤 한다.


어느 날,

교회의 한 청년이

더는 신의 존재를 믿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가슴속 무거운 돌덩이를 꺼내어 놓는 듯

툭 꺼내 놓았다.


그 말이

오래도록 내 머릿속에서 메아리처럼

계속 울려 다닌다.


그들에게 신은 더 이상 기적을 행하지 않는 신이다.


울부짖으며 기도해도 묵묵부답인 신이다.


종교가 힘을 잃고 무신론자가 많아지는 요즘 세대를 바라보며

어쩌면 기성세대의 잘못이 크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신은 기적을 행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인간을 통해 일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통해 사랑이 흘러가지 않고,

우리를 통해 정의가 구현되지 않고,

우리를 통해 신의 도움과 간섭이 발현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저 자신의 기복(祈福)만을 추구하는

극도로 이기적이고 원시적인 인간일 뿐이다.


한자 서로 도울 건(㨜)은

‘서로 돕다’라는 뜻과 함께 ‘메다’라는 뜻도 있다.

상대의 짐을 내 어깨에 메는 행위가

돕는다는 뜻이다.


성경에도 같은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여러분은 서로 짐을 짐으로써

그리스도의 사랑의 법을 실천하십시오. "

(갈라디아서 6장 2절)


‘각자도생’의 삶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요즘 현대 사회에서

서로의 짐을 지으라는 말은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내 어깨 위의 짐도 무거운데

남의 짐도 지으라니...

숨이 턱 막혀오는 그 마음을 나도 안다.


나도 힘들지만

나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이의 짐을 조금 나누어 메어주면

핏기 없이 죽어가던 상대방의 얼굴에 다시 핑크빛 온기와 옅은 미소가 돌고

그 미소는 곧 나에게도 전염되어 되돌아온다.


인도 영화 ‘마운틴 맨’에도 이런 대사가 나온다.

“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신에게 너무 많이 의지하지 말라는 거다.

신도 우리에게 의지하고 싶을지도...”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신은 서로 도우며 살아가라 말한다.


우리 안에 신이 살아있을 때

기적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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