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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ice 유니스 Mar 08. 2022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오십견 진단을 받고 언 1년이 되어간다.


20년 넘게 컴퓨터 앞에 앉아

텍스타일 디자이너로써 살아오면서

직업병으로 얻은

목, 허리, 손목 관절 통증에

오십견까지 겹치다 보니

지난 1년은 정말 

통증과의 싸움으로

너무도 힘든 한 해였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통증이지만

매일 밤마다 눈물 흘리며 밤을 지새우던

지난날들에 비하면

요즘엔 자다 깨다 자다 깨다를 반복할지언정

그래도 잠을 좀 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침이 너무 행복하다.


출근길에 남편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


잠만 잘 자도 행복하고

밥만 맛있게 잘 먹고 잘 소화시키기만 해도 행복하고

변비 없이 똥만 잘 싸도 행복하다고...


어느새 오십을 훌쩍 넘긴 남편도

고개를 끄덕인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행복의 기준점이 낮아져서 좋다.


혈기왕성한 청년의 때에는

지루하기만 했던 일상이


기운도 빠지고 근육도 빠지는 중년이 되니

보통의 일상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시청한 '괴물'이란 드라마 대사가 생각난다.


마지막 회에서 헤어지는 여진구에게

신하균이 해준 말이다.


주원아~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똥 잘 싸고...

이보다 더 좋은 덕담이 있을까?


오늘 하루도

잘 먹었고,

잘 잤고,

잘 쌌다면


오늘의 행복은 그걸로 이미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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