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을 손에 쥐고 줄까 말까 장난을 치는 중에 안달하며 간식을 갉아대는 이빨을(코링이를) 구경하거나
녹은 인절미마냥 졸다가 온몸을 쭈우우욱 늘리며 입을 한껏 벌려 하품하는 그 찰나를 포착하거나
높은 곳에서 멍 때리는 다람쥐를 아래쪽에서 경배하듯(?) 올려다보며 관찰하는 방법 등이 있는데,
그마저도 자세히 본다기에는 좀 부족해서 진짜로 제대로 보려면 등가죽을 잡아 쥐거나 두 손으로 다람쥐를 모아 잡아 이리저리 돌려가며 보는 수밖에 없다. 물론 높은 확률로 피를 좀 봐야 한다.
코링이도 몸을 쓰다듬거나 만지는 건 기분에 따라 허용하긴 했지만 여느 다람쥐들과 마찬가지로 잡히거나 구속당하는 것을 매우 싫어해서 이빨을 자세히 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언뜻언뜻 보여지는 아랫니가 매우 가지런히 예뻤기 때문에 전혀 이빨 걱정은 하지 않던, 오히려 종종 부정교합으로 고생한다는 다람쥐가 있다지만 코링이는 문.제.없.다 하며 이빨부심을 부리곤 했었다.
순간포착으로 얻어낸 건치미녀의 가지런한 아랫니
그렇다... 이야기에서 등장인물의 근거 없는 과한 자신감은 늘 클리셰로 박살 나기 마련이다.
어느 날,
놀던 코링이가 자꾸만 인간의 어깨나 러그, 소파 등등 부드러운 곳에 아래턱을 비비는 모습이 잦아졌는데, 원래 물이나 과일을 먹다가 과즙 등으로 턱이 젖으면 의례 하던 행동이라 별 생각이 없었다. 그저 귀엽구나 하고 흐뭇하게 웃기만 했는데, 에어컨 꼭대기 아지트에서 담요에 턱을 비비고 손으로 입을 문지르는 코링이를 평소처럼 올려보다가 뻐드렁니처럼 도드라진 아랫니 하나를 발견하고 놀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이빨이 빠진 건지 아무리 봐도 아랫니가 하나밖에 안 보였다.
아지트의 담요에는 피가 여기저기 묻어있고, 턱도 조금 부어있는 것 같아 놀란 마음에 급하게 병원에 연락하고 자려는 코링이를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수의사 선생님은 코링이의 나이를 듣고 일단 마취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긴 통에 코링이를 담아 엑스레이를 찍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아래턱이 왼쪽으로 틀어져 있었고, 아랫니가 돌아가서 안쪽으로 들어간 이빨은 안 보이고 바깥쪽 이빨만 보여서 빠진 줄 알았던 것이었다.
"턱은 외부요인에 의한 손상인 듯합니다. 떨어졌거나, 부딪혔거나 했을 수 있어요."
"제가 어제 갖고 놀라고 도토리를 줬는데 혹시 그걸 물다가 그랬을 수도 있을까요? 이빨자국이 있는 것 같아서요.."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확실하진 않아요. 다치는 순간을 보지 못했으니까 추측만 가능하겠죠."
아 내가 좀 더 잘 지켜볼걸.
높은 곳 아래에 쿠션을 좀 더 갖다 둘 걸.
홈캠이라도 설치해 둘걸.
어차피 까먹지도 못할 도토리는 왜 주워왔을까.
백내장 생기고부터는 여기저기 엄청 부딪히던데 뭐 좀 대놓을걸.
머리에서는 후회가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마취가 불가능하니 수술도 시술도 힘들다고 하였다. 그저 약을 잘 먹이며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심지어는 지금까지는 위아랫니가 만나서 서로가 잘 갈려서 길이와 모양이 가지런히 맞춰져 있었겠지만 이제는 치열이 틀어져 윗니 아랫니가 각자 한없이 자라나게 되었다며 이빨이 자라나면 직접 절치를 해줘야 한다고 방법을 알려 주셨다.
아.... 말로만 듣던 절치를 내가, 코링이가 해야 한다니..
절망감 비슷한 것을 느끼면서 등가죽을 안 아프게 잡는 법을 배우고, 가위 혹은 손톱깎이로 또각또각 이빨을 절치 하는 법을 배웠다. 집에서는 쓰다듬음을 즐기다가도 손아귀에 잡히면 버둥거리고 손에 이빨을 박아서라도 어떻게든 벗어나던, 단 한순간도 몸을 잡는 걸 허락하지 않던 코링이었는데.
병원에서는 한없이 온순하게, 또는 무력하게 자기 등가죽을 당겨서 부여잡는 손을 허락하고는 겁먹은 눈망울로 인간을 바라봐서 내 가슴을 찢어놨다.
그 와중에 수의사 선생님이 절치 한 이빨을 보여주며 코링이는 나이에 비해 뼈가 정말 짱짱하다며 감탄하셨다. 누렁누렁 색깔도 좋고 소리도 좋다며. 이 나이 다람쥐 이빨을 자르는데 이런 경쾌한 소리 나기가 쉽지 않다고.
또 금세 어깨가 으쓱하여 여름에 뽕을 따고 누에를 직접 키워 애벌레와 번데기를 먹였다고 하니 와 역시, 좋은 것을 먹이셨군요. 하면서 엄지를 추켜세워 주셔서 잠시 올라갔던 어깨는 곧 약을 받고 요령을 설명 들으며 어깨가 푸욱 떨어지고 눈앞이 막막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집에 도착해서 코링이를 풀어 주니 후다닥 달려간 곳이 곡물들이 들어 있는 먹이통이었는데, 이빨이 틀어져 먹지도 못하는 걸 코로 자꾸만 자꾸만 뒤집고만 있었다.
곧 고소한 냄새가 나는지 코링이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가루를 조금 찍어 내미니까 잘 먹는다.
평소에는 귀신같이 흰 들깨만 골라 먹는 등 편식을 했는데 이건 편식하려야 할 수도 없어 잘 됐네. 하며 조금 웃었다.
작은 그릇에 담아 준 가루를 조금씩 한참을 먹던 코링이가 입을 닦기 시작하는데, 아무래도 불편해 보여 유심히 지켜보니 가루들이 입에 남아있는지 계속해서 손으로 비비고 입을 오물거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코링이 몸보다 커다란 투약용 주사기에 식염수를 담아 입 안에 조금씩 흘려 입을 헹궈 주니 훨씬 편안해 보였다. 가루에도 물을 타서 요거트 정도의 점도를 만들어 이유식의 형태로 주니 훨씬 편안하게 잘 먹었다. 여전히 입은 헹궈내야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