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을 뛰었는데, 왜 살은 안 빠졌을까?
1월 한 달이 지나며 하나의 작지만 즐거운 실험을 정리해 보려 한다. 바로 아침에 하는 Zone 2 러닝이다.
요즘 600페이지에 가까운 Outlive라는 책을 천천히 읽고 있다. 이 책의 저자 피터 아티아(Peter Attia)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의학의 발전’을 Medication 2.0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기술과 과학의 진보로 우리는 암, 심혈관 질환, 대사 질환 등을 과거보다 훨씬 더 잘 발견(diagnose) 하고 치료(treat) 하게 되었다. 그 결과 평균 수명은 분명히 늘어났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대부분의 경우, 중대한 질병이 발견되는 순간부터 삶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치료를 중심으로 한 삶, 이전과는 다른 제약 속에서의 삶이 시작된다. 즉 수명(lifespan)은 늘었지만,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healthspan)’은 그에 비례해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티아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질병이 발생한 이후를 다루는 의학이 아니라, 질병이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개입하는 패러다임, 이를 Medication 3.0이라 부른다. 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발병을 최대한 늦추거나 가능하다면 아예 피하는 것. 이를 위해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몸에 귀를 기울이고, 장기적으로 쌓이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핵심 축으로 등장하는 것이 근력(strength), 유산소(cardio), 안정성(stability)의 삼각 구조다.
그리고 이 중 유산소의 ‘기본기’로 반복해서 언급되는 개념이 바로 Zone 2 training이다.
Zone 2란 무엇인가
Zone 2는 심박수를 기준으로 한 운동 강도 구분에서 나온다. 일반적으로 심박수는 5개의 존(Zone)으로 나뉘며, 가장 높은 강도인 Zone 5를 최대 심박수 근처로 두고 점점 강도가 낮아진다.
Zone 1: 매우 편안한 걷기 수준
Zone 2: 숨은 약간 차지만 대화가 가능한 수준
Zone 3 이상: 대화가 점점 어려워지는 강도
(참고로 최대 심박수는 흔히 220 – 나이로 단순 계산하지만,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이라기보다는 참고치에 가깝다.)
러닝을 할 때 우리는 흔히 “빨리 뛸수록 칼로리 소모가 크고, 살도 더 빨리 빠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Outlive에서 강조하는 바는 다르다.
Zone 2는 단기적인 소모를 노리는 운동이 아니라, 지구력의 기반을 만들고, 미토콘드리아의 효율을 높이며, 전체 운동 능력의 바닥을 끌어올리는 훈련이다. 다시 말해, 근력 운동이든 고강도 인터벌이든, 그 모든 것을 떠받치는 토대에 해당한다.
1월 한 달의 실험
이 내용을 접한 뒤, 1월 초부터 한 달간 거의 매일 아침 6시부터 6시 45분까지 Zone 2 러닝을 했다. 나의 기준에서 Zone 2는 심박수 130 이하, 속도는 시속 7.5~8km 정도였다. 센트럴 파크에서도 뛰어보고, 트레드밀에서도 뛰어봤지만, 소위 말하는 ‘러너스 하이’를 느껴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딱 감고 한 달을 채워보기로 했다.
중요한 점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화를 하며 뛸 수 있는 수준의 조깅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한 달 내내 지속할 수 있었다. 만약 매번 숨이 턱까지 차는 운동이었다면, 아마 며칠 못 가 그만두었을 것이다.
요즘은 구글의 NotebookLM을 활용해 내가 공부하고 싶은 주제를 팟캐스트처럼 만들어 들으면서 뛴다. 아침의 시작을 ‘운동 + 배움’으로 묶어 놓으니, 러닝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기대되는 시간이 되었다. 45분 동안 뛰며 심박수가 Zone 2를 벗어나면 속도를 살짝 줄이고, 다시 Zone 2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아침 러닝은 밤새 빠진 수분과 에너지로 인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 뛰기 전 따뜻한 물에 꿀을 풀어 간단한 탄수화물을 보충했다. 그렇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하루를 시작하니, 아침이 유난히 산뜻해졌다.
한 달 후의 결과
결과부터 말하면, 몸무게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몸의 선은 아주 미묘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조급해졌다. 그래서 ChatGPT에게 물어봤다. 돌아온 답은 단순했다.
“체중과 복부 지방은 보통 가장 마지막에 반응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한 달은 살을 빼는 프로젝트라기보다는 몸의 기본 설정을 바꾸는 과정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숨이 한결 편해졌고, 아침의 리듬이 달라졌으며, ‘운동을 한다’는 심리적 저항이 눈에 띄게 줄었다. 무엇보다 아침 일찍 ‘오운완’을 했다는 성취감, 그리고 앞서 언급한 TickTick 앱에서 ‘운동’을 체크할 때의 작은 희열도 생겼다.
아마도 Outlive가 말하는 변화는 이런 것 아닐까.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몸과 마음을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밀어주는 변화.
작심삼일을 열 번 반복해야 한 달이다. 그 수많은 작심삼일을 이탈하지 않고 한 달을 채운 나에게, 작은 박수를 보내며 2월에도 큰 기대 없이 이 리듬을 이어가 보려 한다. 그리고 한 달 뒤, 다시 한 번 차분히 돌아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