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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사임당 Aug 13. 2020

having의 가치를 알게 된 하루

있음에 주목하면 나의 삶은 얼마나 바뀔 수 있는가?

우리는 보통 자신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잘사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내가 처한 현실에 퍽퍽함을 느끼며 그냥 보통 사람이 사는 건 다 그렇지 뭐 하고 만다. 나 역시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 둘을 키우는데 월급날 잠시 내 통장에 찍힌 일부는 벌써 기여금으로, 교육공제회에서, 건강보험공단에서 찢어가고 남은 금액을 확인할 뿐 곧 있으면 그 돈들은 각종 은행과 보험사, 카드사에서 서로 가져가려고 혈안인 것 처럼 실시간 거래내역이 업데이트 되곤 한다. 내 월급일에서 몇일이 지나면 남편의 월급이 나오지만 그의 상황 또한 다르지 않았다.


대출상환금을 갚고 각종 카드대금을 지불하고 아이들 교육비가 빠져나가면 월말이 되기도 전에 잔고는 또 다시 가난해진다. 그렇지만 누구나 다들 그렇게 산다고 대출 상환은 곧 저축이지 뭐, 이런 마음으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또 남으면 남았으니 하면서 옷도 사고 고기도 사 먹고 커피도 자주 사 마셨다.(물론 지금도 옷도 사고 고기도 먹고 커피도 마신다.)


그러던 어느날, “더 해빙”이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은 우선 쉽고 잘 읽힌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의 제1기준) 저자 홍주연과 비슷한 내 상황이 투영되면서 감정이 이입되기 시작했고 그녀의 삶이 변화하는 과정은 대단히 부럽고 흥미로웠으며, 말미에 그녀가 좋은 직장을 퇴사하고 작가가 되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머리에서 쿵 하고 큰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두 저자(기자와 구루)의 대화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having이라는 단어의 뜻 그대로 가지고 있음을 충만하게 느끼라고 했다.

                                                                                                                                                                            


Having은 돈을 쓰는 이 순간 '가지고 있음'을 '충만하게'느끼는 것이에요.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보셨지요? 여러 답이 있겠지만 부자가 되는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법은 이것이에요.


감정이란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 귀중한 에너지예요. 게다가 감정 에너지는 생명력과 연결되어 있죠. 어떤 인공지능도 표현을 모방할 뿐, 실제적인 감정 에너지를 가질 수는 없어요. 감정을 잘 활용한다면 부를 가져다주는 원천이 될 수 있어요.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의 부속품이 되지 않으면서 주체적으로 더 나은 미래를 열 수 있는 비밀은 바로 '느낌'에 있답니다. 자신의 느낌으로 부를 창조하는 것, 그것이 바로 having이죠.


- 더 해빙 p.150



나는 비교적 주관이 뚜렷하고 누군가의 잘난체 하는 생각을 주입하는 것 같은 자기계발서를 지금껏 싫어했다. 너무 대단한 사람들의 대단한 이야기는 대단하지 않은 보통의 내겐 그저 피로였다. 그런 내가 이런 책을 스스로 사서 읽다니, 더 나아가 이런 자기계발서와 경제서를 계속 찾아 읽다니 참으로 별스런 일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도 많이 갖지 못한 돈보다 적당한 돈만 들이며 즐길 수 있는 낭만이 더 우선이라 생각하며 야금 야금 생각없이 살아왔다. 그렇게 들어오는 것은 한 두번인데 나가는 것은 수 백번인 통장 내역에도 나는 낭만을 추구하며 결혼 9년차에 이르렀다.


그런 내게 지금 현재,
내가 갖고 있음에 주목하기만 하면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운을 끌어오고
심지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방법이 어렵지도 않잖아?




이 책을 덮은 날 벅차오르는 긍정의 힘으로 나는 매일 해빙의 가치를 실천하고 싶었다. 그 다음 날 아침, 교무실에서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시는데 그 커피 맛은 어제와 달랐다. 더 향기로웠고 맛있었다. 감정적으로 충만해진다는 것이 이것인가? 기분이 아주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는 별 다를 것 없는 나의 비슷한 일상에서 해빙으로 인한 기적이 다가올까? 의아심이 들었다. 책을 만나고 약 세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고작 100일도 안되는 시간동안 나는 이 해빙의 가치와 기적에 대해 감사의 기록을 남기려 한다.


1. 선물받은 해빙노트 매일 소중하게 쓰기


아이들의 돌봄 공백으로 함께 고생했던 소중한 맞벌이 동지 부부가 있다. 대단한 소중한 이들이다.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절친한 친구이고 우리 친언니 이상으로 나를 챙겨주는 좋은 관계를 오랜시간 이어왔다. 고맙다는 의미로 계속 받기만 하는 것 같아 나는 4월쯤 이 책을 고마운 형부에게 선물했었다.


6월쯤 우리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읽고 나누었다가 너무 좋아서 언니에게 읽어볼 것을 권했다. 다음 날 내게 언니는 이 책을 만나게 해주어 고맙다며 해빙노트를 선물해주었다. 그렇게 6월 24일부터 본격적으로 해빙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작성 분량 이상을 넘겨 충만한 일들을 써내려오고 있다. 어릴 때 일기쓰기라면 참 미루고싶은 숙제 중 하나였는데 아침 출근 루틴 중에 하나여서 본격 업무에 들어가기 앞서 나는 어제 하루를 복기하여 해빙 기록을 남긴다. 그리고 오늘 아침의 마음도 두루 적어내려 가고 있다. 이 노트를 가득 채웠을 때 나는 어떻게 달라져있을까 너무 기대가 된다.



2. 시간부자 되기


아침형 인간이 되기로 마음 먹고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기는 데 무려 반 년이 넘게 걸렸다. 아침 1시간 동안 할 수 있는 무수히도 많은 생산적인 일들은 하루의 시작을 상큼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다. 챌린져스라는 앱을 통해 좋은 습관 형성을 위해 돈을 걸고 했었던 여러 항목들이 있었다. 그 중에 정말 별 것 아니면서 잘 안되던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영양제 챙겨먹기였다. 돈을 걸었을 때는 인증을 해야 했기에 했던 일이 돈을 걸지 않자 귀찮은 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아침 일찍 일어나개 되면서 해야 하는 나만의 루틴이 생겼고 그 속에 자연히 이 것이 들어가면서 매일 아침 나와 남편의 영양제를 챙겨 먹게 되었다. 이 별 것 아닌 영양제 매일 먹기라는 것을 통해 내가 시간의 주인이 되어 주체적으로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한 달째 정착중인 내 아침 루틴

일어나기

애플워치 착용하기

세안 및 양치, 렌즈 착용, 미스트와 선크림 바르기

운동복 갈아입기

오늘의 날씨 확인하기

마스크, 아이팟 챙기기

계단으로 내려가기

해안도로 걷기 /  런닝머신 걷고 뛰기(일기상황에 따라 유동적, 시간은 30분 이상할 것, 평균 45분 소요)

걷는 중 야나두 영어 강의 2편씩 듣고 따라하기

집에 돌아와 손씻기

음악 선곡 후 블루투스 연결하기

아침 준비하기(부부 건강쥬스+아이들 간편한 아침)

남편 영양제 종지그릇에 담아 물과 함께 준비하기

샤워하고 단장 후 출근룩 입기

쥬스 마시고 정리하기

8시 10분까지 아이들의 등원 준비끝내기

8시 30분까지 여유가 있을 시 최대한 즐기기

아이들 등원시키고 9시까지 출근 완료

   (현재 아침 30분의 육아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아침의 루틴 속에 having


내가   있음에 주목하면  금전적인 것이 아니어도   충만감을 느낄  있다.





3. 분명한 경제 목표 세우기

“남편의 40살 생일에
그가 원하는 자동차를 현금으로 사주기”

  

나는 경제 관념이 낮은 편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낭만을 추구한답시고 돈을 경시했다. 많이 갖고 싶은 기본적인 열망은 있었겠지만 안될 것 같으니 지금 이 순간이 더 중요하다며 좋은 시간 좋은 추억을 쌓기 위해 크고 작은 많은 돈을 큰 생각하지 않고 써왔다. 그런 내게 열심히 둘이서 일하는데도 아파트 대출금을 조금씩 상환하며 크게 나아지지 않은 홍주연 작가의 상황은 공감 그 자체였다. 그런데 여러 경제서를 보면서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돈을 더 빨리 갚든 돈을 모으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목표는 크면 클 수록 더 좋다는 것도, 더 큰 목표는 10년 후 독립 기념일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 신차구입은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불필요한 과정이겠으나 2009년 첫 월급들을 1년하고도 몇 달 모아서 현금으로 구입했던 소형차를 현재 남편이 타는데 너무 낡기도 했고 여러번 사고도 났고 아이들이 크다 보니 현실적인 필요도에 따라 새로 사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남편의 40살 생일은 내년 3월 23일이라는 점이다. 적어도 4천만원은 만들어야 하는데 나는 정말 이 꿈을 이뤄낼 수 있을까?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다.


목표를 다시 세분화하여 정리해본다.

1. 단기 목표 : 내년 4월까지 남편 신차 선물 증정

2. 중기 목표 : 5년 내 대출금 상환 완료

3. 장기 목표 : 2030년 8월 25일 독립기념일 지정



4. 의미있는 현재진행 실천력


1) 천 만원 종자돈 모으기 

2월부터 시작한 카카오뱅크 26주 저축 챌린지가 오늘 26회납을 끝으로 완료되었다. 5,000원으로 시작해 매주 5,000원씩 늘려서 26주차 130,000원을 입금했다. 중간 중간 적은 금액에도, 약간 불어난 금액에도 납입을 놓쳐 7번이나 실패가 떴다. 최종 1,755,000원이 모이는 도전이었는데 오늘의 추가납입 한도까지 다 채웠더니 612만원을 저축하는 일이 생겼다. 애초에 챌린지를 시작할 때 티끌모아 태산이라며 용돈 모으는 용도였기에 200만원이 채 안되는 돈이니 날 위한 것들을 사야지 했는데 나는 달라졌다. 처음 목표와 달리 이 과정에 접한 여러 책들로 인해 이 저축의 성격이 변했다. 그렇게 나는 종자돈을 모은 것이다. 612만원이지만 이 돈은 곧 8월 25일이 되면 천 만원이 될 것이다.


2) 주식 투자자 되기

카카오 뱅크는 내게 여러모로 유용했다. 동생이 주식을 1주씩 사서 모으는 취미를 보고 왜 저러나 싶었다. 그런데 큰형부도 내 친구도 동료 선생님도 알고 보니 주식 투자자였다. 이렇게 많은 개미들이 내 옆에 있었다니, 리스크가 큰 주식은 망하는 지름길이라 인식하고 있던 내게 주식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위험한 상황이라고 이야기 하는 책들은 정신을 번쩍 들게 했고, 자산 분석과 월 수입과 지출내역을 정리해보니 많은 군더더기가 있음을 발견했다. 조금씩 줄이면 주식할 수 있는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마침 카카오뱅크로 연결하는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통장을 개설하면 1주의 우량주를 선물로 준다기에 궁금하기도 해서 7월에 처음으로 주식계좌를 개설했다. 그리고 나는 HDC라는 주식을 1주 배당받았고 당시 매입금액 8,540원이었다. 이 1주가 지금 현재 10,780원으로 수익률이 무려 25.87%가 되었다.


모든 주식이 이렇게 오르는 것만은 아니다. 처음엔 이것이 처음이라 정신없는 그래프와 몇 초 상간으로도 바뀌는 주가로 안절부절이었다. 하지만 시작한지 한달, 마음이 편안해졌다.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와 시간에 투자하면 안절부절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작은 금액으로 여전히 별다른 수익은 없다. 하지만 난 그 어렵고 복잡한 것을 막연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일을 내가 스스로 시도한 것이다. 동생이 권하긴 했지만 책 속 저자들의 힘이 컸다. 내가 참 대견하다. (후일 그 아까운 돈을 괜히 투자해서 많이도 잃었다며 나를 탓하는 글이 오를지도 모르지만 난 아마도 금융소득으로 인한 독립기념일을 맞았다는 글을 쓸 것 같고 그랬으면 좋겠다)


3) 대출 갈아타기

평수를 조금 넓혀 2018년 크리스마스 무렵 이사를 하면서 제1금융의 주택담보 대출(우대 금리 적용시 3.16%)과 교직원 공제회에 (2.99% 금리) 대출금이 일부 남아 있었다. 카카오 뱅크 신용대출을 조회해보니 4,400만원 가량 대출 가능했고 5년 내 상환을 조건으로 2.128%의 금리 적용을 받을 수 있었다. 대출을 실행했다. 내 월급을 빼앗아가던 교직원공제회의 남은 2천만원 조금 못 되는 금액 을 모두 중도 상환했다. 하루 뒤 서울신용보증에서 49만원 정도의 보증금도 입금되었다. 그리고 남은 금액으로 1억 조금 넘던 주택담보 대출도 일부 중도상환을 했다. 1%의 금리 차이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을 얻었다. 대신 20년 상환기간이던 대출과 5년 상환 대출이 맞물리면서 매월 상환할 금액은 조금 더 늘었다. 하지만 돈을 더 많이 갚아야 함에도 즐겁다. 곧 부채가 사라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5. 생활 속 having, having의 목표는 sharing


우선 이 책을 읽고 나는 세 사람에게 선물을 했다. 소중한 사람, 힘을 주고 싶은 사람, 위로해주고 싶은 사람, 그들과 같이 이 의미를 공유하고 싶었고 함께 나아가고 싶었다. 사서 읽었던 내 책은 귀여운 욜로족 후배 교사에게 전해졌고 다 읽고 나면 또 아끼는 다른 (문화적 욕구가 높은 다른 욜로족) 후배교사의 손에 그 책이 있게 될 것이다.


나의 이 변화가 또 하나의 기적이 되어 다른 누군가에게 자극이 되고 그리하여 그들도 having의 가치를 누리며 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매일 같이 티타임을 갖는 동료 선생님들께서 내 아침 운동이야기를 들으시고 처음엔 대단하다고 칭찬만 해주시다가 한 달이 지나도 꾸준히 하는 것을 보고 본인들도 아침 운동을 시작하셨다. 어느 날 아침 티타임 대화 속에 우리집에 있는 엑스바이크를 당근마켓에 팔아서 처분하겠다고 했는데 K선생님께서 자기에게 팔라고 하셨다. 내겐 필요가 없는데 선생님께서 잘 이용만 해주신다면 그냥 가져가시라고 했고 어제 퇴근 후에 작은 모닝 속에 안전하게 벨트까지 채워져 그녀의 집 다락방에 놓여졌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밝은 얼굴의 그녀가 첫 아침운동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자전거를 15분 탔더니 아침이 맑고, 느렸던 준비 동작이 빨라졌고 그 싫어하던 출근을 위한 운전도 즐거웠다고 했다. 그녀에게 바이크만 준 것이 아니라 그 바이크를 매일 아침마다 탈 수 있는 자신감과 그로 인한 여러 충만함까지 선물한 것 같아 너무 벅차고 행복했다. 무거운 바이크를 둘이서 들고 집을 나설 때 그녀가 봉투를 건넸다. 거절하려 하니 편지일 수도 있으니 꼭 받으라고 해서 열었더니 무려 5만원이나 들어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돈이었다.



having은 순환이다.
이렇게 돌고 돌아 또 내게 찾아온다.


지금까지의 이 긴 글은 이걸 기록화하여 남겨도 될까 고민이 되는 이야기이다. 글을 마무리하는 지점에 와서 다시 내 글을 읽어보았다. 이 글은 또 다른 의미의 having이었다. 이후 전개될 더 나아지는 나의 삶을 이끄는 글이며 그렇게 되리란 주문이다. 내일 아침을 위해 글쓰기 작업으로 늦어진 잠을 청한다.



더 해빙을 읽고 난 후 나의 변화를 담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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