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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사임당 Sep 04. 2021

슬기로운 주말 생활

책을 읽고 섬에 가서 바다를 보며 글을 씁니다.

  9월의 첫 주말이다. 아, 주말 아침이란, 평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바지런 떨며 출근을 하고 학교에서 바쁘게 보내고 집에 돌아와 다시 저녁을 챙겨 먹으면 금세 하루가 간다. 별다른 고민할 것도 없고 주어진 일을 해내면 된다. 그런데 주말은 다르다. 무엇이든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쉼이거나 놂,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은 너무 어렵고 삼시 세끼나 두끼에 밥만큼 든든한 간식을 챙겨 먹으려면 그것도 고된 노동이 된다. 자꾸 바깥을 나가고 싶어 하는 활동적인 아이들에게 맞춰 보내야 하는 것, 이 또한 기본적인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고로 주말은 평일보다 더 힘들다.


  5시부터 6시, 6시 20분, 6시 40분. 7시 15분. 7시 48분. 8시까지 침대 옆에서 울려대는 휴대폰 알람을 끄느라 푹 잠을 자는 것도 잠은 안 잔 것도 아니게 얼굴에 피곤함을 가득 묻힌 채 눈을 떴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새로운 루틴을 다짐하며 친구와 나누고 있던 카톡창.

‘오늘 아침 이 친구가 일어나서 모닝 독서를 인증했을까?’    

어젯밤에 보낸 나의 걸음 인증과 우리 주말에는 어떡하지에 대한 답으로 일단 되는 데까지 해보자고 나눈 대화가 마지막이었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테이블 위에 올려둔 양희은의 에세이 <그러라 그래>를 집어 들었다. ‘이래라, 저래라’가 아닌 ‘나는 이랬어’ 하는 그녀의 담백한 글이 좋아서 조금씩 아껴 읽던 터였다. 가수 양희은이면서 그냥 양희은이기도 하다는 그녀의 삶. 자신을 인정하며 겪어낸 모든 삶이 자신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여 그녀의 글에는 주변에 아끼는 것들이 담겨서 좋았다. 노래, 라디오, mbc, 집밥과 반려동물, 친구와 엄마, 남편까지. 나는 삶이 녹아 있는 글이 좋다. 그 글로 타인의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을 때가 더 좋다. 책 한 권을 덮었을 때 만나지 않았지만 그녀와 깊은 대화를 나눈 것 같고, 알 수 없지만 위로나 응원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동네 골목과 마당처럼 그녀의 생활 반경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아끼는 따뜻한 시선도 좋았다.  


아쉽게도  읽어버린 책을 덮고 살짝 여운을 즐기다 침대에서 일어났다. 지난밤 오늘을 기대하며 수영도 하고 싶고 낚시도 가고 싶다며 꿈을  밖으로 내뱉고 잠든 아이들이  옆에 자고 있었다. 이 아이들을 보고 드는 첫 생각은 ‘오늘은 또 무엇을 먹을까?’였다. 조금밖에 없지만 나물이 몇 가지 있고 밥솥에 식은 밥이 있으니 오늘 아침은 계란 프라이에 참기름이랑 고추장 넣어서 나물비빔밥을 준비했다.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다 잠든 남편을 깨우고 아이들을 불러 아침밥을 먹었다. 작은 아이는 크림 수프가 먹고 싶다고 해서 찬장에 넣어둔 인스턴수프 가루를 꺼내어 포트에 끓인 물을 부어 모닝빵 하나와 함께 챙겨주었다. 아침을 먹으며 오늘을 고민했다. 오늘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남편은 어제 알아봐 둔 카페에 전화를 했다.


“오늘 영업하나요?”

사장님께서 뭐라고 대답을 하셨을 것이다.

“그러면, 안된다는 겁니까?”

아무래도 안된다는 모양인 것 같았다.


갑자기 남편이 오늘 일정을 정했다.

“오늘 저도에 가자. 11시 10분 배니까 다들 빨리 준비해라.”


오늘 날씨도 좋고 나도 낚시를 좋아하고 섬을 좋아하는데 오늘은 무언가 예감이 조금 좋지 았다. 실은 내일까지 묵직한 숙제를 해야 하니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부리나케 챙겨서 40여분 만에 편의점에서 간식과 마실거리를, 그 옆 가게에서 충무김밥 4인분을 포장하고, 낚시채비와 미끼까지 사서 매표소 앞에 섰다.


그리고 11시 10분 배를 타고 들어왔는데 큰 문제가 생겼다. 매점이 없는 작은 이 섬에 오면서 편의점 쇼핑 봉투를 놓고 배에 오른 것이다. 커피도 간식도 없이 충무김밥에 물 한 병 먹은 것이 전부다. 시간은 어느새 3시를 향해 간다. 뗏목 위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딸아이가 심심해해서 낚시터 건너편에 바위를 오르고 내려 건너왔다. 신발을 벗고 바닷물에 들어가 큰 고동을 여러 마리 주웠다. 그래도 5시 배에 다시 오를 때까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과 섬을 누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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