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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사임당 Sep 06. 2021

세상에 없던 아침 7시

김민식 작가의 책과 이야기로 시작한 일요일 아침

9월 5일(일) ‘김해 아침을 여는 독서 모임 <김민식 작가와 함께 하는 북토크> 아침 7시 ~9시


한글 문서로 정리하는 내 일정표에 다른 내용과 다르게 칸에 빨간색 진하게 포인트 10으로 강조되어 커서가 깜빡인다.

'늘 미라클 모닝을 꿈꾸지만 번번이 간헐적 모닝으로 끝나고 말았고 요즘 주말은 기본이 9시인데... 난 내일 아침 잘 일어날 수 있을까?‘

하루 전 아이들과 함께 섬에 다녀와 약간의 피로감은 있었지만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마저 걸음을 채울 겸 집 앞 카페에 들러 좋아하는 예가체프 원두를 분쇄해서 집에 왔다. 내일 아침 갓 내린 커피와 북토크라니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씻고서 작가님의 책을 머리맡에 올려두고 평소보다 일찍인 10시가 못되어서 스르르 잠들었다.     


12시 30분, 2시 48분, 3시 53분, 5시 10분, 6시 5분     

 

변화의 원동력을 다시 일깨워준 작가님을 만난다는 설렘 때문인지 혹시나 늦잠을 자서 참여하지 못할까 하는 걱정 때문이지 푹 잠을 자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알람이 울리지 않는데도 중간에 놀라서 깨기를 여러 번이었다. 6시 5분, 이제는 일어날 시간이었다. 6시부터 줌으로 접속이 가능하다고 했으니 간단히 씻고 챙기고 커피 한 잔 내리기에 딱 충분할 시간이었다. 세수를 하고 기초 제품을 발랐다. 많은 사람들과 아침 얼굴을 대면하니 선크림에 쿠션을 톡톡 두들겼고 눈썹을 그리고 옅은 분홍빛 립스틱도 살짝 발랐다. 푸른색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었다가 그냥 선명한 블랙 니트에 골드빛 주름 스커트를 매치했다. 거실로 나와 접속할 패드의 전원을 켰고 주변 자리를 살짝 정리한 다음 드리퍼에 필터를 얹고 적당량의 원두를 덜어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렸다. 회의 주소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줌에 접속했다. 봄스테이의 1층 갤러리에 마련된 세팅 공간이 어느 촬영 스튜디오 부럽지 않게 꾸며져 있었고 모르는 접속자 2명과 나까지 4명의 사람들이 네모 박스에 보였다. 화면을 꺼두고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음향과 화면 점검 사전 토크를 음악처럼 들었다. 커피가 다 내려져서 컵을 갖고 테이블에 앉았다. 수다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가 너무나 유쾌했고 좋았는데 어느새 라디오 생방송처럼 시작을 알렸다.   

   

작은 네모 창 안에 안면이 있는 대학교 선배와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이 보였다. 반가웠다. 그래도 가장 눈길이 가는 창은 '김민식 작가'님과 나란히 앉아 있는 ’행운의 봄‘님이었다. 북토크가 시작되고 한 15분간 작가님의 최근 관심사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긴 짧은 강연이 펼쳐졌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독자이자 청자들에게 라이브로 세바시처럼 짧은 강연을 하셨다.


내가 듣고 느낀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테일러 피어슨‘의 『직업의 종말』에 나오는 돈, 자유, 의미라는 직업의 3가지 요소에 대해 생각해보자. 70년대생에 해당하는 중간 관리자로서의 나는 회사에서 알아서 주는 돈은 별개로 떼어두고, 자유와 의미에 대해 고민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what’이나 ‘how’가 아니라 ‘why’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여 구성원들에게 업무 영역에서 자유를 주고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산업화나 민주화를 위한 추격의 시대를 지나 추월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정해진 시스템을 따르는 존재가 아닌 새로운 시스템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부모와 자식 과의 관계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진행자이신 성덕 행운의 봄님은 인생 작가를 만나기 전 얼마나 열심히 질문을 준비하셨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책 페이지의 문장을 읽어가며 그 의미를 묻거나, 지금의 작가님의 근황과 생각에 대해 여쭤보셨다. 한 사람을 책으로 만나고 문장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만나보지 않았을지라도 얼마나 그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지 알게 하는 질문이었고,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진솔하고 담담하게 말씀을 전해주시는 작가님의 답변도 좋았다. 현문현답이었다. 그래서 나는 알지 못했던 작년 논란이 된 칼럼 문제와 11월의 mbc 퇴사라는 큰 산을 넘어온 작가님은 시간을 알게 되었고, 작가님은 그로부터 지금까지 매일 업로드하던 블로그 글 업로드를 중지하고 시대의 변화를 탄력적으로 수용하고 나아가기 위한 준비로 젊은이들의 새로운 시선과 변화, 그들의 재미를 따라 하는 근황을 전해주셨다.  


시간은 어느새 8시로 향하고 있었다. 책수다를 듣고 재밌으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는데 벌써 절반을 넘어섰다. 줌에 접속한 다양한 독자님들의 자유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작가님을 만난 설렘과 기쁨, 떨림과 행복이 넘치는 분들이 가득해 보였다. 그중에 나도 발언권을 얻어 질문을 할 기회를 얻었다.     

 

“작가님, 만나게 되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네, 저도 반갑습니다.”

“저도 작가님의 독서와 글쓰기, 여행과 영어처럼 좋아하는 분명한 것들을 꾸준히 해서 무엇인가의 성취를 느끼고 싶은데요. 저는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해 나갈 끈기가 부족하고 또 계속 좋아하는 것들이 자주 바뀌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마 서사임당님은 100% 인기가 많은 사람일 거예요. 그렇죠? 사람이 주변에 많은 사람은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좋아하는 것들이 자주 바뀔 수 있어요. 저는 철저하게 인기가 없어서 좋아하는 것들을 꾸준히 할 수 있었어요. 제가 되고 싶은 건 서사임당님처럼 인기 많은 사람입니다. 제가 부럽습니다.”   

   

아, 이렇게 대답할 수도 있구나. 끈기가 부족한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되려 나의 장점으로 여길 수 있도록 칭찬으로 돌려주셨다. 물론 그 속에서 스스로 더 좋아하는 것들, 지키고 싶은 것들,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한 구분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라는 의미가 담긴 본인의 사례를 짧게 전하면서... 이런 것이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갖는 내공임을 느낄 수 있었다. 괜히 작가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의 제각기 다른 질문에도 작가님은 망설이지 않고 대부분 이렇게 허벅지를 치게 하는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셨다. 그래서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 밥을 먹지 않았는데 배가 불렀고 아침이 충만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북토크 속에 작가님의 말씀 중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의 것들을 새기고 싶어 남겨본다. 노트에 필기를 했으나 내 기억에 따라 약간의 각색이 있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보자.

       

“여러분, 야구 중계를 열심히 보면 우리가 야구 선수가 될 수 있을까요? 우리가 BTS같은 아이돌 음악을 매일 듣는다고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요? 하지만 매일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덕질 중에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책읽기’로  우리는 수동적으로 읽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능동적으로 쓰는 삶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살아야 합니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간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바로 책이 되는 길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는데 ’하고 싶은 일’이 없을 때는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영어와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한다 저는 책을 택하겠습니다. 영어는 영어를 쓰는 상황에만 쓰일  있는 열쇠라고 한다면 책은 바로 만능키입니다.”     

 

“상반된 성향의 부부는 되려 좋습니다. 서로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고 인정해주면 됩니다. 부부가 서로 다를수록 아이들은 삶의 스펙트럼이 넓어집니다.”     


“거절당한 다음의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궁극의 여행은 혼자 가는 여행입니다. 내가 어디로 갈지 더 고민하세요.”      

   

김민식 작가님의 『매일 아침 써봤니?』라는 책이 사실 여행을 다룬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보다 더 재밌었다. 나 스스로 다시 글을 쓰고 싶게 변화시켰다. 대단하지 않아도 꾸준히 쓴다는 것이 내게 어떤 의미가 될지 궁금했고 그래서 몰래 다시 용기 내어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많은 동기 부여가 되었고 응원과 위로를 받은 시간이었다. 이후 아침을 먹고 나는 노트북을 챙겨 해안도로에 위치한 조용한 카페에 가서 3시간 반 동안 써지지 않던 글감의 초고를 완성했다. 북토크는 진심으로 좋았고 행복했다. 그날을 글로 써내려 가면서 다시 마음이 부풀어 오름을 느낀다. 읽으실지는 모르나 두 작가님께 다시 한번 더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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