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고 침착하게 접종을 앞두고
코로나 19의 상황이 어느덧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늘 마스크를 착용하고, 어디든 입장하면 발열체크와 손 소독을 한 후 QR코드를 찍거나 080으로 전화를 건다.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도 인원 제한에 걸리니 대부분의 시간은 가족들과 함께다. 주말에 숲이든 바다든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자유의 공기를 마시게 되면 그렇게 좋다가도 사람들과 둘러앉아 먹고 떠들고 하던 때가 또 그립기도 하다. 전교생 전면 등교가 시작된 학교는 조금 더 시끌해진 것 같고 1인당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의 비중이 줄긴 했으나 예전에도 시행했던 급식 2부제를 바탕으로 한 일과를 운영하면서 안정되어 가고 있다. 다만, 3교시가 끝나고 3학년과 2학년 3개 반이 점심을 먹고 난 후 그들의 4교시가 시작되고 4교시가 끝나고 2학년 4개 반과 1학년이 밥을 먹는 체제이다 보니 2학년 수업 전담인 나는 항상 점심시간 긴장 상태이다. 5교시 시작 시간은 동일하지만 시행된 지 오늘이 3일밖에 되지 않아 여전히 정신없다. 그렇지만 원격과 대면 수업을 번갈아 할 때보다야 그냥 교실로 매일 오는 아이들과 눈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 학교의 일상이 9월부터 조금 달라진 것이다.
2차 접종을 앞둔 아침,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집 앞에 있는 병원에 가서 접종을 하고 출근을 하기로 했다. 1,2교시가 공강이기도 해서 별다른 수업 교체 없이 그냥 출근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차분하고 침착하게 여유의 시간을 쓰기로 했다. 지난 1차 접종엔 주사 맞은 팔의 근육통이 심했지만 달리 열이 난다거나 두통에 시달린다거나 하는 그런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 학교에서 절반 이상의 교직원이 2차 접종을 마쳤는데 여러 사람들의 백신 접종 추이를 함께 분석해본 결과 아무것도 단정할 수 없다는 사실만이 분명해 보였다. 엊그제 주사를 맞고는 멀쩡하고 씩씩했는데 두통이 쏟아져 3일 차 오후에는 조퇴를 하신 분도 있고 맞고 나서 평소와 다르지 않고 괜찮다며 아무렇지 않다는 분도 있고 열이 많이 나고 아파서 밤새 죽다 살아났다며 다음날 출근하시지 못한 분도 있었다. 사람에 따라 백신 주사가 몸에 끼치는 영향은 제각각 다른 것이 분명했다.
백신 접종 전에는 마음에 여유가 있지만 주사를 맞고 나면 바로 다음 3, 4교시가 바로 있기 때문에 학교로 갈 것이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수업을 잘하겠지? 난 괜찮을 것이라고 아침 내내 마음에 백신을 먼저 투여하고 있다. 오후 2시간 수업은 독서의 날 행사로 진행되기 때문에 말을 줄이고 아이들을 지켜보면 되니까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리고 나면 한 주간의 가장 힘든 목요 능선이 끝나간다. 이 글은 접종을 3시간 여 앞둔 내가 아무렇지 않기를 바라면서 쓰는 글이다. 에밀 쿠에의 자기 암시를 한번 더 떠올려본다.
‘상상과 의지가 부딪히면 상상이 이긴다.’
백신 파워가 생겨 나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내가 나를 지키고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가 전해지지 않을 것이기에 이 두려운 백신을 맞는 것이다. 물론 이후에도 내 삶에 마스크 착용과 일상생활에서 자리 잡은 방역 수칙은 여전할 것이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 불안과 두려움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한다.
‘화이화이화이자! 오늘 저녁은 뼈갈비를 구워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