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사임당 Sep 10. 2021

아플 때 위로가 되는 말

백신 후에 오는 것들

지금껏 잘 아프지 않았다. 한동안 마스크를 쓴 덕분에 내 인생에 감기도 찾아오지 않았다. 코로나가 바꾼 내 삶에 변화 중에 하나는 조금 더 손을 깨끗이 씻게 된 것, 어디서든 마스크를 잘 쓰게 된 것,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다분히 열심히 걸은 것 이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니 병원에 갈 이유도 딱히 없었다. 지난봄에 한 번인가 원인 불명의 복통으로 끙끙 앓았던 적이 생각나지만 되려 이전보다 내 몸이 건강해졌음을 느끼며 지냈다. 그런데 오늘은 몸이 좋지 않다. 열이 확 올라 정신을 못 차릴 정도는 아니지만 계속 관자놀이가 우리한 것이 머리가 이상하다. 몸은? 몸도 괜찮지 않다. 누가 멍석에다 나를 말아 몽둥이로 팍팍 때린 듯 여기저기가 아프다. 그저 누울 수 있어 보이는 무엇이든 보이면 눕고 싶은데 학교에서 그런 곳은 보이지 않아서 책상에 계속 엎드렸다. 목 뒤가 뻐근해서 고개를 뒤로 젖히니 불편하고 앞으로 숙이면 머리에 든 무엇이든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또다시 현기증이 나고 어지럽다. 평소와 다르다. 물을 잔뜩 머금은 스펀지처럼 몸이 추욱 처진다. 1에서 10까지의 몸과 감정의 텐션 단계가 있다면 나는 보통 7 이상이었다. 오늘은 1이 될까 말까? 몸도 마음도 생각과 의지도 0에서 도무지 올라올 기미가 없어 보인다. 비가 오고 난 후 우중충하고 습한 날씨까지 옆에서 한몫 제대로 거들고 있었다. 1교시 시작 전 직감했다.


'오늘은 내가 쉬어야 하는 날이구나. 누워야겠구나.'


교감 선생님께 몸이 좋지 않아 조퇴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일과 선생님께 가서 오후 수업을 오전으로 교체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이런 것이 얼굴에 드러난다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싫은데 오늘 내 얼굴에는 '저 오늘 좀 아파요.'라고 써져 있었나 보다. 먼저 말씀도 드리기 전에 모두들 물어보셨다.


"선생님, 오늘 어디 아프세요?"

"오늘 안색이 너무 안 좋다. 무리하지 말고 집에 빨리 가서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선생님 오늘 수업 몇 갠데? 내가 대강비 안 받고 대신 수업해 줄 테니까 지금 바로 집에 가~"

"선생님 아플 때 굳이 참지 말아요. 예민하게 생각하면 더 아프게 느껴지니까 재밌는 영화나 드라마 보면서 거기에 집중하면 좀 더 나은 기분이 들 거예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11화 나왔으니까 그거 보고 푹 자요."

"선생님 오늘은 애들 집에 오기 전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야 해. 주말에도 그냥 배달시켜 먹고 남편한테 집안일 좀 미뤄두고 푹 쉬고 돌아와요."


수업을 오전에  몰아서 하고  넘어가지 않는 밥을 천천히  먹었다. 우리 교무실 선생님들께서 이런저런 알약, 물약, 가루약도 같은 제각각의 처방전을 내려주셨다. 아플  이런 과분한 관심과 걱정을 받으니 황송했다. 집에 와서 바로 침대에 누울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남은 힘을 끌어모아  고마운 마음들을 글로 았다.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비대면 회의를 끝내고 침대에 누웠다. 달달한 과자를 좀 챙겨 먹으니 기분이 더 나아진다. 월요일에는   가득 간식을 챙겨서 텐션 10으로 충전해서 출근해야겠다.


무언가 일이 생겼을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이유나 방법을 찾기보다 그저 괜찮냐고 먼저 물어야겠다. 괜찮지 않으면 않은 대로, 괜찮으면 괜찮은 대로 같이 방법을 찾아가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D+백신 2차 접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