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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석 Oct 16. 2021

無用의 用

쓸모없을법한 것의 쓸모

요즘, 애완견들을 보노라면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실감 난다. 주인들의 사랑이 지극 정성이다. 그런데 이놈들(귀여움을 담은 호칭이니 오해 없기를)의 행동을 객관화해서 보면 이런 대접을 받을 이유는 그리 크지 않다. 이놈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대체로 ‘꼬박꼬박 졸기’, ‘부르면 달려오기’, ‘마중 나오기’, ‘꼬리 흔들기’, ‘주인과 놀아주기’, ‘낯선 사람에게 짖기’ 등 등 정도가 긍정적인 반응이다.


반면에 이놈의 폐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배설물의 냄새(나이 들면 조금 심해짐), 조금씩 빠지는 털, 짖을 때 소음, 주기적인 목욕, 사료비와 병원비 부담, 그리고 때로는 주인 몰래 음식을 훔쳐 먹기까지 한다.  소, 돼지처럼 종국에 가서는 자기 몸까지 희생하는 그런 수준은 아니니, 옛사람들의 기준으로는 無用(무용; 쓸모없음)에 가까울 정도다.


그런데도 어떤 계기(주로, 애들의 등살)로 키우다 보면 차츰 가족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부터 모든 행동이 귀엽게만 보인다. 말도 자주 건 낸다. “잘 있었어?”, “밥 먹었어?” 등 등. 그러면 빤히 보며 꼬리만 흔들 뿐인데 대답했다고 간주하여 귀여워해 준다. 가족들 간에 이놈의 안부가 자주 오간다. ‘자기 나름의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인데, 말 없는 이놈이 가족 간의 대화까지도 끌어낸다. 가정사에서 꽤 큰 역할을 한다. 바로 2천3백 년 전에 장자가 꿰뚫어 보았던 無用의 用(쓸모없음의 쓸모)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이미 無用한 것들에 대한 유용성을 간파하여 많은 부분에서 힐링이나 교육적 가치를 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예를 들면, 제주도의 둘레길이 그렇고, 울산시의 태화강 십리대숲이나, 태화강에 매년 찾아오는 수천 마리의 여름 백로나 수만 마리의 겨울 떼 까마귀가 그렇다. 최근 26여 년 만에 공개된 울산 회야댐 내의 생태환경이 그렇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울산에는 공장 폐열이나 이산화탄소를 인근 공장에서 활용하고, 생활 쓰레기의 소각 열과, 음식쓰레기의 추출 가스는 인근 공장의 대규모 열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어떤 제련공장에서는 원석에서 주 목적인 아연뿐 아니라 잔류 희귀 금속까지 추출하고 남는 찌꺼기는 벽돌의 원료로 쓰는, 찌꺼기 제로 공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산화탄소로 플라스틱 생산도 가능해졌다. 無用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제 창조경제를 출발점으로 하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위대한 ‘창조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그러니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조차 제대로 된 가치를 찾지 못하고 無用하게 둔다면, 우리는 스스로 안목이나 기술의 부족을 탓해야 할 판이다.


사실 모두가 ‘창조’를 외치고 있지만 흔한 나뭇잎 하나조차도 창조할 수가 없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수많은 창조도 있어왔다. ‘가상의 세계’에서다. 꿈, 소설, 만화, 영화의 ‘상상의 세계’가 그것이다. 현재는 컴퓨터의 ‘전자 세계’로까지 무한정 확대되었다. 누구든지 뭔가를 창조하려면, 이런 도구를 통하여 ‘가상의 세계’로 들어가면 된다. 쉽다. 그런 다음 ‘현실 세계’와 접목하는 과정을 거치면 우리가 외치는 ‘쓸모 있는 창조’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한번 ‘가상의 세계’로 들어가서 無用을 用으로 바꾸는 창조의 꿈을 꿔보기로 하자.


석유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과거에는 거의 쓸모없게 태워서 처리했다. 그런데 최근에 울산에서는 이렇게 無用하게 취급되었던 부생수소를 이용하여 ‘세계 최대의 수소타운’을 만들었다. 건물과 가정에 공급된 수소가 특수물질(촉매)을 통과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전기가 생산된 후에는 찌꺼기로 순수한 물만 배출되니,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유·석탄과는 달리, 꿈의 에너지라 부를 만하다.  


다행히 울산은 세계적인 정유공장들이 있어 부생수소를 포함한 수소 생산능력도 세계적이다. 그래서 울산을 ‘지구온난화 해결의 상징’인 ‘수소도시’로 만드는 꿈도 가능해진다. 도시 전체가 ‘수소 타운’으로 조성되고, 공장에는 ‘대용량 수소 전기 발전소’의 전기가 공급되고, 시내에는 ‘수소 전기 자동차’가 달리는 그런 창조도시의 그림이다. 바로 수소의 ‘無用의 用’이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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