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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석 Sep 15. 2021

소식 주의자의변(辯)

1주 1 산. ‘한 주에 한 번은 산에 가자.’ 나름대로 세워본 몇몇 ‘저비용 건강관리’ 구호 중의 하나다. 가끔은 강아지가 동행하기도 한다. 여전히 날렵하다. 예쁘다고 칭찬하는 등산 아줌마들은 거의 예외 없이 묻는다. “얼마 되었나요?” 질문 자체가 어린놈 취급이다. 사실은 나이 베기인데. “아홉 살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거의 60세 정도다.)” 의외라는 표정이다. “그래요?” 자세히 보면 목둘레에 주름살이 나이를 속일 수 없지만. 


왜 이놈은 어린놈으로 오해(?)를 받을까? 곰곰이 생각해도 답은 ‘소식(少食)’ 밖에 없다. 식구 모두가 소식에 익숙해서 그런지 이놈도 그릇에 사료를 많이 담아 놓아도 과식하는 법이 없다. 하루에 한두 번 조금씩 먹는다. 자율급식이다. 그럼 과연 소식(少食)이 외관상의 노화 진행을 늦추었는가? 


재미난 실험이 있다. 미 위스콘신국립영장류연구소는 붉은 털 원숭이 76마리를 대상으로 20년간 실험을 하였다. 38마리씩 두 그룹으로 나뉘고, 한 그룹에게는 ‘영양소를 고루 갖춘 먹이’를 무제한으로 먹도록 ‘방치’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정량의 30%로 제한하는 소위 ‘소식(少食)’을 제공하였다. 20년간의 실험 결과는 어떠했을까. 놀랍게도 ‘소식’을 한 그룹은 ‘방치’한 그룹에 비해 등이 훨씬 덜 굽고 털도 풍성하였으며 노화로 인한 사망률도 30% 정도 낮았다고 한다. 스마트 에이징 (젊게 늙음)이다. 소식 그룹 38마리 중 ‘암’ 발병은 방치 그룹 8마리에 비해 4마리, ‘심혈관계 질환’은 방치 그룹 4마리에 비해 2마리, ‘당뇨’는 방치 그룹 16마리에 비해 전혀 발생하지 않았고, 뇌 관련 질병도 현저히 감소하였다고 한다. (사이언스지 2009년 발표) 


또 다른 노화와 관련된 재미난 실험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마요 임상연구소는 360일 된 쥐(인간 46세에 해당) 59마리를 대상으로 분열이 정지된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실험을 하였다고 한다. 노화세포 제거 약물을 매주 2회 투여하고 사망 시까지 건강상태를 관찰하였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전체 세포수의 차이가 발생되지 않았다고 한다. 놀랍게도 제거한 만큼의 ‘노화세포’가 ‘신(新) 세포’로 대체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신세포’가 늘어난 늙은 쥐(인간 100살에 해당)의 일부 장기는 젊은 쥐(인간 약 30세에 해당)의 수준으로 유지되었다고 한다. 당연히 수명도 늘어났다. 일반 쥐가 평균 626일(인간 80세에 해당)을 생존한 데에 비해, 노화세포를 제거한 쥐는 사망 시까지 활동능력도 좋았고, 생존 기간도 평균 843일(인간 107세에 해당)하였다고 한다. (사이언스지 2016년 발표) 


두 가지 실험의 결과만 놓고 보면, 두 실험은 공히 ‘노화를 지연’시켰다는 것이 공통분모다. 분명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소식’이 ‘신세포의 비율을 높였다’는 가정이 성립될 것 같다. 좀 더 풀어서 생각해 보면 ‘소식 → 일시적인 영양 부족 발생 → 몸의 에너지 자율 조달 기능 작동 (축적된 지방이 없으면 노화세포 분해)  → 신세포 생성’이라는 순차적인 과정도 추정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의 경우에도 이런 가정이 통할까?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하니 미지수다. 그러나 장수촌 사람들에게서 소식 습관을 많이 찾을 수 있으니 연관성이 없을 것 같지는 않다. 사람도 세포 분열로 성장하지만, 나이 들수록 ‘노화세포 비율’이 늘어나서, 50세가 되면 전체 약 70조의 세포 중 대략 50%가 넘게 되고, 65세가 되면 90%가 넘게 된다고 한다. 건강한 세포수가 줄어들면, 각종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능력도 줄어들게 될 것은 자명하다. 나이 들수록 신체의 회복력이 줄어드는 것도, 잔병이 많아지는 것도 이런 데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는지.  


그래서 ‘스마트 에이징(젊게 늙음)’을 위하여 ‘노화세포가 급증’하는 연령대에서 ‘노화세포 청소’을 해준다고 가정하고 ‘소식’을 하는 것도 나쁠 것 같지는 않다. 과정상 ‘운동’을 통하여 축적된 불필요한 에너지원(지방)을 없애는 것이 먼저고 그다음이 ‘소식’이다.  


모든 기계에는 수명이 있다. 그러나 과부하가 계속되면 회복 탄력성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피로 파괴’로 이어진다. 인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 소식이 신생 세포를 늘인다는 가정이 맞지 않더라도, 몸의 기능(오장육부 등)에 과부하를 주지 않는다는 차원에서라도 소식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기적으로는 각자가 소망하는 ‘9988(구십 구세까지 팔팔하게)’를 위해(?)서도 그렇고, 이타적으로는 ‘한정된 지구 자원의 절약’을 위해(?)서도 그렇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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