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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하 Jan 22. 2024

신혼이혼, 타이밍이 참 재밌다.


참 재밌게도,

이혼을 결심한 다음날

혼식을 올렸웨딩홀에서 전화가 왔다.


'신부님 새해 인사드리려고 전화드렸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결혼식에서 불편한 점은 없으셨어요~?'


네~!

불편한 점은 없었지만 이혼을 했답니다!


차마 그렇게 얘기는 못하고,


무난하게

'네 불편한 점 없었어요~!'라 대답했다.


이 상황이 참 웃기고도 신기했다.

이 타이밍에 이런 연락이라니...!

이런 연락이 온다는 건 듣지도 못했는데.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고.


게다가 다음날에는 결혼식 DVD가

메일로 왔다.


(신혼이혼은 이게 문제다.

기껏 이혼을 결심하고 준비하는데

자꾸 그때의 일들을 떠올릴 일들이 많더라.)


뮤직비디오 형태로 만들어진 영상을 보는데

아련해지거나 슬퍼지기는커녕,

영상 속 인터뷰에서 날 축하해 주는 내 친구들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화면 속 내가 너무 아까웠다...


나는 돈이 전남편보다 적었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전남편에 비해

절대 부족하지 않았다.

이런 말을 내가 하기 부끄럽 우습기도 하지만,

외모나 학벌 등은 내가 더 우위에 있었다.

심지어 인간관계조차.

그는 당시 내 외모와 그와 며 사라져 버린, 나의 밝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에 반했다고 했었다.


그와 결혼한 이유는 그저

나에게 돈이며 마음이며 아끼지 않고 잘한단 것과 그가 성실하게 일한다는 것, 그리고 순해 보이는 성격이었다. 나도 마냥 순한 성격이 아니라 그러한 점을 중요하게 봤었다.

물론 사랑하기도 했지. 지금은 아니지만.


하지만 잘하는 건 나를 꼬시기 위함이었고,

순한 건 그가 사랑에 빠져 결혼 전까지 나에게 맞춰준 거였다.

결국 내가 바보같이 그를 단편적으로만 보고 착각한 것이었다. 내 잘못이었다.

그래도 성실한 건 본받을 점이었지만, 그 성실함의 기준은 온통 자신이었다.

그는 그의 기준과 다른 기준을 가진 상대방모습을 이해하지 못했고, 한심하게 여겼

억압했다.




내가 이혼을 결심하자

전남편은 계속 나를 도발했다.


그는 친구와의 통화에서

자기 집에 '놀러 와서 자고 가.'라 했고,

친구는 '와이프가 있는데 아무 때나 가서 자기는 좀 그렇다.' 했다.

그랬더니 전남편은

'와이프는 곧 이 집에서 없어질 거야.'라고 했다.

참고로 이 집의 명의는 아직 나였다.


도발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내 얼굴 앞에서 트림을 해대고,

내가 정색하면 특유의 방맞은 표정을 지으며 까불었다.

도 안 해냐고 갈구고

(저기, 우리 이혼하기로 했거든..?)

신혼집에 오지 말고 친정집에 가란 말을 반복했다.


나는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해

머리카락을 빗고 있던 빗을

침대로 던져버렸다.


중학교 2학년 때

중2병에 걸려 핸드폰을 던졌다가

핸드폰이 개울가로 떨어질뻔한 이후로

물건을 던진 적이 없었는데, 그걸 해내는군.

대단한 녀석이야.


렇게 실컷 갈구어대더니 

갑자기 나에게

이혼하지 말자고, 이혼하기 싫다고 하더라.


참 어처구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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