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순기능(?)
코로나로 인한 가정 보육에, 막달로 향하고 있는 임신에, 가진통까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신없는 요즘. 아이가 크면 육아에 동참할 거다, 결국 아이는 나를 제일 좋아하게 될 거라고 헛소리를 늘어놓던 남편의 말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자신의 노동력을 집에 쓰지 않겠다고 연애 때부터 선언했고, 그 선언을 아주 착실히 지켜온 남편이었다. 스물한 살에 남편을 만나, 스물일곱에 결혼, 서른둘이 되기까지 11년을 남편과 함께 한 나는 공동육아 같은 건 애초에 포기하는 게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 남편이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이른 귀가를 하기 시작했다. 외부 미팅이 없어진 탓이었다.
내게 쉬라고 말하며 남편은 아이를 돌보기 시작했다(?) 아이폰이, 넥플릭스가, VOD가, 온갖 게임들이 아이를 돌봤다. 지난 일 년간 차단하려고 애쓴 미디어의 향연이 이어졌고 아이는 넋이 나가 있었다.
"아니, 이렇게 보는 건 나도 누워서 할 수 있어!!" 목구멍을 튀어나오려는 이 말을 삼킨다. (고기 없이 못 살아서) 고기 구울 때나 능숙하지, 회사에서나 능숙하지, 남편에게 육아는 처음이어서 낯선 것이어서 저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같은 공간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 단잠에 들 시간을 주는 것 만으로 "육아"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렇게 생각하자 도와주겠다고 제 나름 애쓰는 남편이 고맙고 기특하게 느껴졌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지, 생각하는 내게 남편은 내년엔 아이와 신칸센 여행을 갈 거라고 선언했다. 육아에 자신감이 붙었나? ㅋㅋ 두 남자가 서로를 껴안고 잠을 자질 않나, 아이를 씻겨주질 않나. 다정한 둘의 모습을 보면 이 남자와 결혼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언젠가는 육아의 달인이 될 수도 있겠지. 달인이 되지
않아도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남편은 나와 아이에게 사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