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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수 Jun 18. 2020

온전하게 '너'가 되기까지

 "공기 청정이 시작됩니다." "괭이상어." "늑대 물고기." "카리브 암초 상어."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

 등원 준비를 하는 아이의 입은 쉴 틈이 없다. 기관보다 집에서 놀고 싶어 하던 아이는 어린이집을 재미있어하고,  네시까지 다른 친구들처럼 원 생활을 한다.

  

 꿈만 같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처음 네시에 하원 하던 날은 불안한 마음에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올까 하루 종일 핸드폰을 쥐고 있었다. 웃는 얼굴로 오후 수업까지 마치고 하원 하는 아이를 보며, 아이를 장애 통합반으로 넣어야 할 것 같다고 했던 그 날부터 오늘까지 쉽지 않았던 날들이 떠올라 괜히 코 끝이 찡해지기도 했었다.


 아이의 성장이 대견하고 고마웠다. 그러나 고마운 마음을 뒤로하고, 요즘 나는 조바심을 나고 있는 내 자신을 종종 느끼곤 한다. 이제 말이 터진지라 친구들과의 대화가 어렵고,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것들이 자꾸 눈에 밟히고 숙제처럼 마음이 무거웠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사진에 아이만 혼자 소외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면, 내 아이만 다른 행동을 하고 있을 때면 가슴이 미어졌다.


 하원 시간이 친구들과 같아지자 아이가 친구들과 같이 하원 하는 일도 종종 생겼다. 친구들과 다정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 한 편이 뭉클했다. 하지만 친구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아이와 비교를 하게 되었다. 친구들의 발달 수준이 너무 높게 느껴져 어떤 날은 절망적이었다. 왜 하나하나 다 가르쳐야 할까, 왜 이게 안될까 답답했다.


 하원 시간엔 어린이집 현관에서 선생님이 피드백을 해주시는데, 자신의 아이들을 기다리는 다른 엄마들이 그 피드백을 들으며 우리 아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자격지심이 나를 괴롭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좋아지면 친구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마음이 터져 나와 " 왜 이걸 못해!" 화를 낸 날도 있었다. 아이는 울었다.


 아이는 정확하게는 알 수 없어도, 내 마음을 어느 정돈 눈치챘을 거다. 동생이 태어나고 몸도 마음도 많이 성장한 아이다. 항상 안겨자던 아이가 엄마 품을 동생에게 빼앗기고, 혼자 자는 모습을 보며 이제야 '너'가 되었구나... 생각한 밤이 있었다.


 온전하게 '너'가 되는 그 날까지 잘 기다려줘야지... 오늘도 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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