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자고 싶어 하는 아이를 깨워 핫케이크 몇 조각을 먹이고 등원시킨 뒤, 돌아오는 길에 세차를 맡겼다. 오랜만에 혼자 동네를 걸으며 커피와 샌드위치를 샀다. 해가 쨍하게 내리쬐는데 선크림도 바르지 않았고, 미세먼지에 공기가 좋지 않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비틀즈 노래를 틀었다. (아이는 내가 듣고 싶어 하는 음악만 틀면 자기 노래를 틀어달라고 조른다. 그래서 듣고 싶은 음악을 잘 못 듣는다.) 어제 새벽 세시까지 읽은 책을 가지고 식탁에 앉았고, 청소기를 돌리고 싶은 마음을 외면한다. 지난 몇 년간 외국 작가의 책을 많이 읽었는데, 오랜만에 우리나라 작가는 요즘 어떤 글을 쓰는지 궁금했다. 기대 이상이었다. 열두 시가 되면 아이의 하원을 시키러 가야 하는 신데렐라 신세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이 세 시간이 생겨서 다행이다. (이 마저도 매일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