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트 Sep 16. 2019

뉴욕의 추운 겨울을 즐기는 방법

뉴욕에서 아이와 한 달 살기 6.

영화 "투모로우"는 빙하기 같은 기상 이변이 닥쳐 지구가 종말을 향해 가는 이야기인데,

영화의 백미는 얼어붙은 몸을 녹이고자 뉴욕의 공공도서관 책을 불쏘시개로 쓰는 데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여서인지, 뉴욕의 겨울에 잘 어울리는 영화인 듯하다.

나에겐 뉴욕이 겨울왕국쯤으로 기억되어 있다.

겨울에 방문했고, 뉴욕의 겨울이 한국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었고, 야외 활동이 비교적 많았으므로 추위의 체감을 더 크게 해서 그렇게 인식되었을 수 있다.

얼어붙는 추위 속에서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기 위한 방법들을 생각해보고, 시도 해 본 기억이 난다.

사소하지만 이런 것들이 체온을 높여주었고, 추위를 조금은 즐길 수 있게 해주기도 하였다.



1. 방한용품 착용


모자, 장갑, 귀마개, 마스크, 목도리 등은 뉴욕에서는 무시하기 힘든, 체온을 높여주는 장비? 들이다.

한국에서 난 이런 것은 ’착용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다녔다.

롱 패딩이나, 코트로 감싸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추위는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뉴욕의 거리를 걷다보니 이런 방한용품을 착용한 사람들이 한국보다 많았다. 바람이 불거나 시리면서 추운 날이 많아 유용하면서도 패션아이템으로도 좋은 듯했다.

특히 모자와 따뜻한 헤어밴드, 반다나 등을 한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이것으로 머리를 감싸면 따뜻해 보이고 예쁘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렇게 쓰고 다녔음


나의 경우 털실로 짜인 헤어밴드를 뉴욕식으로 시도해 보았으나 나와 같은 토종 한국인의 두상엔 전혀 맞지 않아 그만두었다.

대신 다리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발레리나들이 하는 것 같은 니트로 짜인 발토시를 하고 다녔다.

(h&m에서 10달러 할인 카드를 주어서 거저 살 수 있었다. )



2. 아메리카노를 즐긴다.


한국에서 나의 커피 취향은 시럽이 듬뿍 들어간 라테였다.

현지에선 매번 라테류를 마시는 것이 좀 부담스러운 느낌이 있었는데,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아메리카노는 뜨거운 것 자체로 추위와 너무 잘 어울였다.

시럽 없이 못 먹던 사람이라도 시럽 따윈 상관이 없어질 수 있다.

온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니 말이다.

아이에겐 핫초코를 사주기도 했는데 너무 뜨거운 적이 많아, 뜨거운 물을 부탁해 구비되어있는 우유와 시럽을 타서 주기도 했다.



3. 아이스 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탄다


뉴욕엔 야외 아이스링크가 3 군대 있었다.

록펠러 플라자와 브라이언트 공원, 센트럴 파크 내 울 먼 링크.

록펠러 플라자엔 건물들 가운데 아이스링크 장이 마련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스케이트는 겨울에 타야 제맛이라는 느낌으로 열심히 타고 있었다.

             





브라이언트 공원은 뉴욕 공공도서관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당시에 난 브라이언트 공원이 겨울에 아이스링크로 변한다는 사실을 (당연히) 알지 못했다.

초저녁에 들어선 공원에 불현듯 하얀 아이스링크가 나타났고, 사람들은 또 열심히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추운 날이었지만 분위기는 즐겁고 경쾌했다.

아이는 스케이트를 타는 것보단 주변에 쌓여있는 눈을 가지고 노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얼른 깨끗한 눈더미가 있는 곳을 골라 놀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근처에 마련되어있는 테이블에 앉아 쉬며 나도 아이도 만족할 수 있었다.

 



4. 부츠 쇼핑을 즐긴다.


다양한 종류의 부츠를 산다면 아마 부츠의 용도에 맞는 날씨를 절실히 원하는 기이한 현상을 겪을 것이다.

단순히 추운 날씨엔 목이 긴 어그부츠가 좋고, 눈으로 미끄럽다면 스노우 부츠, 진눈깨비나 비가 내리는 날씨라면 내피가 있는 레인부츠 등이 적합할 것이다.

쇼핑하기 너무 좋은 뉴욕에서 틈틈이 예쁜 부츠를 사둬보면,

기우제나 기설제를 지내게 될지도 모른다.



5. 열 받는다.


이런 방법이 어처구니없을 수 있겠다.

그렇지만 정신적인 작용이 추위를 잊게 하거나 추위로 인해 위축된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열은 어떤 식으로든 받을 수 있다.

열정으로 열이 받을 수 도 있고, 화가 나서 받을 수 도 있다.

화가 나서 받는 열이 내 경험으론 몸을 빠르게 덥히는데 가장 효과적이지만, 현지에서 그럴 일은 별로 없지 싶다.

추운 거리를 걷다가 눈에 띄는 쇼핑 물품들, 맛있는 간식거리, 신기한 광경들, 너무 예쁜 숍, 생각지도 못했던 명소,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화장품, 액세서리, 아이들 용품 등등 뉴욕은 발견할 수 있는 신선한 보물들이 꽤 많기 때문에 열을 제대로 자주 받을 수 있다.


나의 경우, 앞서 말한 적도 있지만 칼바람 부는데 매그놀리아 컵케익 매장을 못 찾았을 때,

도착하자마자, 12시간 비행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이불 사러 왕복 2시간 가까이 걸었을 때,

스타벅스에서 핫 카푸치노를 시켰는데 직원이 발음을 못 알아 들었는지 아이스 프라푸치노 주었을 때,

아이가 응가 실수를 해 화장실 변기에 변을 시멘트 바르듯이 갈색으로 곱게 발라놓은 것 등을 보면 열 받는 것도 모자라 열대야를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열 받는 일이 꽤 많았다.


시원한 아이스 프라푸치노를 마시며 메이시스에 위치한 스타벅스에서 본 전경




4. 빠르게 걷는다.


뉴욕은 걸어 다닐 일이 많다.

그냥 걸으면 추우나 조금 빠르게 걸으면 땀이 나기도 한다.

추운 겨울 뉴욕에서 나름 바지런히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숙소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맨해튼 가운데 있어 많은 곳들이 도보로 접근 가능했기 때문이다.

걸어 다니는 것이 춥기도 했지만 적당히 체온을 유지해 줄 정도로 몸을 덥히는 운동이 되었기 때문에 아이는 유모차에 태운채 열심히 밀며 땀 흘리며 걸었었다.

걷는 것이나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조깅을 위한 유모차도 뉴욕 곳곳에서 볼 수 있었고, 나도 바퀴가 세 개인 조깅 컨셉 브랜드의 유모차를 현지에서 사서 아이를 태우고 다녔다.




5. 한국의 전기장판, 전기방석, 문풍지 등을 준비해 간다.


현지의 난방은 보통 바닥을 데우는 보일러가 아니라 라디에이터 등으로 공기를 데우는 방식이다.

그래서 뭔가 훈훈함이 부족하다.

집안에 있어도 추운 느낌을 떨칠 수 없다. 한국에서라면 반팔을 입어도 괜찮았는데.

어떤 날은 몸살기가 있어 몸을 지지고 싶어도 지질 곳이 없었다.

그럴 땐 전기장판이 정말 그립다.

전자파 어쩌고,.. 다 필요 없고 전기장판과 내가 한 몸이 되고 싶다.

그래서 여력이 되면 전기장판, 또는 의자에 앉아 작업할 일이 많다면 옥돌 전기방석 같은 것을 들고 오길 추천한다.

우리나라 마트에서 흔하게 파는 다양한 문풍지들도 매우 요긴하다.


6. 찌개, 국으로 몸을 데운다.


앞서 아메리카노로 몸을 데우고 어쩌고 했는데

사실 속마음은 찌개나 국을 컵에 테이크 아웃해서 드링킹 하며 다니고 싶은 마음이 컸다.

따뜻한 국물이 늘 생각나는 날씨라 국물을 찾아 짬뽕집, 한식당 등을 찾아다녔고 집에선 자주 만들어 먹었다.

아마 뉴욕 사람들은 칼칼한 국물을 자주 접해보지 못해 대중화되지 않은 것 아닐까.(마늘 냄새 때문인가..;;)

아메리카노나 따뜻한 수프 보단 고춧가루 팍팍 쳐진 찌개나 국을 먹으면 최고의 힐링이 될 것 같은데.

짬뽕이 맛있다는 집을 급히 찾아 흡입했다.








이전 05화 뉴욕 공공도서관과 중고서점 방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