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뉴욕 한 달 살기 7.
(사진은 센트럴 파크를 걷다가 마주친 다람쥐이다.)
뉴욕 여행에서 알게 된 한 유학생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친구가 어느 날 집에서, 평소처럼 침대에 몸을 누이려고 하는데
침대 옆쪽 바닥에 손바닥 만한 낙엽 같은 것이 떨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뉴욕의 집들은 은은한 색감의 스탠드 등을 두는 경우가 많다.
불빛이 형광등처럼 명확하지 않으니 웬 낙엽인가 해서 치우려고 가까이 가 손을 뻗었다가 그것이
낙엽 색깔의 손바닥 만한 바퀴벌레인 것을 인지하고는...
아이언맨 뺌 칠 정도의 굉음과 탄력으로 용솟음치며 튀어 올랐다는 이야기이다.
그 이후로 낙엽이 바퀴인지 바퀴가 낙엽인지 헷갈리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
또 다른 전설은
어느 날 다른 친구의 집에 의문의 날파리들이 수백 마리의 무리를 이루어 부엌 식탁 위 천장에 붙어 있었다는 것이다.
어디서 온 건지 , 여기에서 무얼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이 날파리 무리들은 아무리 쫓아내고 살충제를 뿌려도 안되다가 식탁 위에 두었던 고구마를 치우니,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지고 없었다는 것이다.
이 두 경우는 모두 음식물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 않으면 바퀴벌레, 생쥐들과 부엌에서 인사할 날이 많을 것이다.
내 기분엔 그들의 작은 본부가 건물 내부에 있고, 내 집 어딘가에서 항시 5분 대기조처럼 음식물을 기다리며 관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음식을 두고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바로 바퀴들의 '시식코너'가 될 수 있다고 룸메는 주의를 자주 주었다.
나도 외출 후 돌아와 불을 켰을때 돌아다니는 바퀴벌레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나도 당황했지만 걔들도 당황했는지 동작이 빨라졌고 어딘가로 숨었다.
(바퀴들을 잡는다고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집은 바퀴 집단이 관리하는 작은 지역구일 테니까.)
그 이후로 불을 켜기 전에 소리를 좀 요란하게 내는 등 기척을 하였더니 거의 볼 수 없었다.
뉴욕의 모든 집이 이렇지는 않겠지만, 신축건물이 아니라면 늘 주의해야 할 듯하다.
(집뿐 아니라 지하철역에서도 보았다..)
바퀴와 함께 한국과 달랐던 광경이 하나 더 있다.
밤에, 책상용 스탠드 불빛만 켜놓고 여행 일정을 찾아보고 있는데 오른쪽 눈 시야각 끝쪽에 뭔가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고개를 돌리니 별것 없어 보였고, 난 다시 하던 일을 하였다.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은 잠시 후 또 전해졌고, 난 고개를 돌려 자세히 보았다.
무언가 포착이 되었다.
작은 생쥐였는데 사람이 있음을 아는 듯 조심히 천천히 부엌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내 눈엔 앞. 발. 을 살짝 들고 아주 천천히 걸. 어. 가. 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처럼 말이다.
그 쥐의 자태에 관해서는 위와 같이 머리에 각인이 되어있지만, 그다음 어떻게 되었는지에 관해서는 기억이 없다. 아마 나의 움직임에 생쥐가 재빨리 도망을 갔을 것이다.
그 쥐로 추정되는 쥐를 얼마 후 부엌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시 마주쳤다.
음식물을 담아 왔던 빈 봉투를 뒤적거리고 있었는데, 막대기로 봉투를 비롯해 주변을 한참 동안 마구 두드려 주었더니 혼이 났는지 그다음엔 마주치지 않았다.
다행?이었다고 생각되는 건 등빨이 있고 하수구에서 주로 포착되는 쥐가 아니라, 작고 미키마우스 스타일의 쥐였다는 것이다.(물론 얘도 하수구로 다닐 테지만)
한 도시의 문화와 건축물의 역사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역사도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뉴욕은 오랫동안 바퀴, 쥐와 함께 해 온 듯하다.
뉴욕에서 생활하기 위해선 바퀴벌레나 쥐를 보고 너무 놀라지 말고, 서로의 영역을 구분 짓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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