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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성준 Oct 02. 2024

하루살이.

쥐 죽은 듯이.

하루살이.

나는 태양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한 줌의 하루살이들을 보았다.

찬란한 몰락.

끝을 향해 웃으며 나아가기만을
한 없이 반복하는것을 보았다.

비참한 일몰.

나는 이불 안에서 누워있기만을
끝 없이 지속하는자를 보았다.

소중한 허무.

꺼진 태양 위에서 아무것도 않고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다.

뜨거운 소멸.

저기 화면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한 줌의 그들과 인간들을 보았다.

무형의 흑백.

하루살이가 빛을 향해 그저 날아가는 생물이라면
모두 태양 속으로 들어가야 마땅한 거 아니겠는가?

속죄의 애심.

저 차디찬 하늘 아래에 시간이 지나 죽어버린
그건 저 수많은 하루살이들처럼 분명해졌다.

그리운 죽음.

밤의 불빛을 향해 타들어가는 하루살이들은 그러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멍청한 사랑.

저 세상에 이치에 대해 떠들던 하루살이들은
땅에 깔린 블록들에 짓눌려 죽어버렸고.

새빨간 희망.

그들이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조용히도 빛을 잃어간 반딧불이들과.

미안한 거짓.

저 하루살이들에게 지나간 하루의 고통을
어찌 그리 쉽게도 말할 수 있겠는가.

미련한 고통.

그들이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날아온 공에 짓눌려 죽어버렸고.

하루살이.

나는 태양 속으로 들어가는 하루살이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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