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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뚝 ttuk Dec 29. 2021

격동의 시기, 서른 춘기(春機)를 맞이하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가져다주는 무게감



  우리는 보통 '서른살'이 되면 30대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본격적인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시기라고들 생각한다. 누구는 제 짝을 찾아 결혼 준비를, 직장에서 어느 정도의 연차가 쌓인 친구들은 어느덧 차를 마련하거나 청약과 함께 자가(自家) 마련을 위해 바삐 살아가고 있다. 물론 절대 일반화할 수 없고 나는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못하는 당사자 중 한 명이다.


한국 사회에 있으면서 대부분의 우리는 사회가 정해놓은 틀 안에서 꿈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작성했던 브런치 글 중 '학창 시절의 공백이 ‘결핍’이 되고 싶지 않기에 노력했던 나날들' 편 에서 '결핍'과 '공백'에 대한 불안함을 많이 언급한 만큼 평소의 나는 뒤처지는 것에 대한 불안함, 남들과의 비교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편이다. 실제로도 직장을 가지게 된 시점, 자취를 하면서 본격적인 홀로서기를 하게 된 시점 등 또래 친구들에 비해 시작이 늦은 편이기도 했다. 그래도 올 한 해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면서 보다 독립성을 키울 수 있었고 스스로에게 조금씩 확신을 가지면서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매일매일이 불안한 건 사실이다.


  몇 년, 몇십 년을 더 먼저 경험해본 흔히 '인생선배'라고 불리는 사람들로부터 "남들과 비교하지 마~ 다 본인만의 때가 있는 거야~!"라는 말을 다들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잠깐이나마 스스로에게 아직 괜찮다며 위로를 하다가도 뒤돌아서면 우리는 불안함과 걱정에 휩싸이곤 한다.


불안함의 중심에는 무언가 하나 정도는 소유하고 있거나 안정적으로 정착해있어야   같은 부담감이 가장  것이다. 직업에 대한 고민은 생존과 연결되어 있고 경제적인 부분까지 생각하다 보면 불안하지 않을  없을 것이다. 심리상담과 병원 선생님과의 이야기,   다양한 마인드케어를 통해 내공을 많이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는 수없이 무너지고 그나마 남아있는 자존감도 깎아내리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내공이 쌓인다고 해도  고민은 계속하게  테고 때로는 불안함이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기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올해 안에는 10편의 글을 발행해서 유종의 미를 잘 거두고 싶은데 요 며칠 통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책을 읽어보기도, 필사한 구절을 읽어보면서 불안함을 잠재우려고 했다. 어쩌면 불안이라는 쳇바퀴 속에서 계속 나는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네 인생, 100m 경주도 아니고 장거리 마라톤이라고 생각하고 오늘도, 글을 쓰는 지금도 스스로에게 보다 여유를 가져보려고 한다.


예전에 러닝을 자주 했던 곳인데 트랙에 번호가 매겨져 있어서 어쩌면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한 장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닝을 하다보면 번호가 매겨져 있는 트랙에서 뛰게 될 때도 있는데 어린 시절에는 무조건 안쪽인 1번 레인에서 뛰어야 유리한 줄 알았다. 하지만 육상의 원리를 보면 1번부터 8번의 번호는 실력과 등급을 나누기 위한 것이 아닌 그저 구분하기 위한 번호이며 '출발선' 자체가 레인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상 바깥쪽보다는 안쪽에서 뛰고 싶은 마음인지 나도 모르게 뛰다 보면 점점 안쪽에서 뛰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달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페이스' 유지하면서 일정한 속도로 꾸준하게 뛰는 것이다. 그래서 '페이스 메이커'라는 코치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어찌보면 우리의 삶은 '달리기' 비슷한 구석이 많은  같다. 잘하고 싶은 욕심에 무리를 하면 결국 부상으로 이어지듯 각자의 페이스가 있을 것이고 각자의 목표에 맞게 오늘도  발짝, 내일도  발짝 내딛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독립출판물 '서른 춘기(春機)' 책 표지,  


지금 당장은 행복한 순간보다 길게 늘어뜨린 기다림의 시간이 더 많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다가올 내일을 기다리며, 숨이 막힐 듯 지치고 턱끝까지 숨이 차올라도 내일이 아닌 오늘을 살아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조금 더디게 걷고 있는 것일 뿐, 너무 불안해하지 말자.

              <완벽하지 않아도 이만하면 좋겠어요 中 >



우리의 삶에 사춘기처럼 격동의 시기를 겪는 날도 있을 것이고, 전보다는 안정을 느끼면서 평온함을 누리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나 자체를 받아들이고 현재에 충실하다 보면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노력의 '결실'을 맺는 날이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조금 더디게 걷고 있는 것일 뿐, 너무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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