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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뚝 ttuk Jan 24. 2022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온기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껴지는 그 사람의 '진심'



  우리는 살아가면서 작게든 크게든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마움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사람들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순간에 주는 깜짝 선물 등, 크든 작든 고마움이라는 감정은 분명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무엇보다 정말 힘든 시기에 묵묵히 옆에 있어준 사람들에게는 유독 고마운 감정이 크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평소에는 늘 가까이하고 있어 미처 인지하지 못했으나 부재의 순간에 느끼게 되는 소중함을 깨닫고 늦게나마 고마움을 전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보통 고마움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까?

'말'이라는 수단으로 직접 만나서 전하기도 하고 당사자가 좋아할 만한 것으로 골라 물질적인 선물로 전달할 수도 있고, 손으로 꾹꾹 눌러 담아 쓴 편지로 마음을 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은 디지털 세상인만큼 카톡 기프티콘 기능으로 보다 편리하게 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아마 지난 2년 동안은 코로나로 인해 대면으로 만나기가 힘들어지면서 온라인으로 선물을 한 경험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우리는 각자의 삶을 챙기기 바빠졌고 정기적으로 만났던 사람들과 전보다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때로는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하고 선뜻 먼저 연락하려다 주저한 경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일반화할 수 없는 부분이고 친한 사이일수록 더욱 끈끈해진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마스크로 인해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표정'을 보기가 어려워지면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그만큼 말로 오고 가는 정을 전보다 느끼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지인들에게 들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말들은 거창한 수식어가 들어간, 그럴싸한 위로가 아닌 짧은 몇 줄이라도 문장에서 느껴지는 진심, 혹은 음성(목소리)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연락을 먼저 하면서 안부를 물어봐주는 것 자체가 때로는 정말 큰 힘이 되기도 한다. 보통은 대체로 먼저 연락을 하는 편이긴 하지만 요즘은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지인들에게 걸려오는 전화 한 통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전에는 간단히 안부 정도만 묻고 끊었다면 요즘에는 전화 한 통으로 한 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하고 '이렇게 내가 말이 많았던 사람이던가?'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은 한번 통화하면 이렇게 길게 통화하게 된다. 그만큼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던 걸까.


 오랜만에 연락하는 반가움과 함께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느꼈던 외로움도 분명 한몫했겠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통화하는 것을 굉장히 어색해하고 불편해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영상통화는 더더욱이 불편했었다. 잠깐의 정적도 너무 어색해서, 만나서는 어색하지 않을 사이도 전화는 유독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근데 요즈음에는 카톡으로 몇 마디 주고받는 것보다 직접 목소리로 근황을 들으면서 별로 시답잖은 이야기도 집중해서 듣게 될 만큼 반갑게 느껴진다. 서로 할 말이 많기에 대체로 '정적'이 흐르진 않지만 이제는 그 정적도 우리의 대화 분위기의 한 부분이라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리는 보통 대화 끝에 마무리 멘트로 함께 하는 말이 있다. 서로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조만간 꼭 보자는' (기약 없는 듯한) 약속을 하며 인사를 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그보다 적절한 말이 있을까 싶어 형식적인 인사를 주고받는 게 익숙하지만 요즘은 그래도 한마디라도 더하고자 한다.


“우리 비록 자주 보진 못해도 내가 OO이 진심으로 응원하는거 알지?!”, “바빠도 끼니는 거르지 말고 밥 잘 챙겨 먹고 무엇보다 너의 건강이 제일 우선이니깐, 우리 조금만 이기적으로 살아보자!” 와 같은 말로 조금이나마 나의 마음을 덧붙이고자 한다. 물론 상대가 부담을 느꼈다면 눈치가 부족한 나의 탓일 수도 있겠다(하하..)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상대에게 진심이 담긴 응원 한마디와 함께 좋은 기운을 주고 싶다!




 얼마 전, 독립서점 투어와 함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러 경주로 내려갔다가 3살의 아이 엄마이자, 나의 든든한 지원군 같은 한 살 터울 누나와,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대전을 들러 공방을 새로 오픈한 대학 동기를 보고 왔었다. 먼 타지에 살고 있는 만큼 이때 아니면 언제 또 볼 수 있겠나 싶어 2박의 짧은 기간 동안 보고 싶은 사람들을 직접 찾아갔었다.


3년의 시간 동안 육아와 함께 코로나로 인해 더더욱 외출이 어려웠던 누나를 위해 잠깐이나마 육아의 짐을 덜어주고자 그저 아이 옆을 계속 지키며 누나와 그간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일이 누나 생일이었는데도 까맣게 모르고, 그저 '편지' 한 장밖에 챙겨가지 못한 서투른 나에게 "와준 것만으로도 나한텐 선물이야 정말로. 편지를 얼마 만에 받아보는지 모르겠네 너무 고마워." 라면서 연신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주던 누나의 마음이 왠지 모르게 뭉클하게 느껴졌고 한동안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공방을 오픈한 친구에게는 더 늦기 전에, 본인의 공간을 처음으로 차리게 된 만큼 하루빨리 가서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원래 나중에 오픈 축하 기념으로 사려던 선물도 챙기지 못한 채, 급히 일정을 잡고 만나게 되었다. 그래도 정기적으로 자주 보던 친구였기에 언제 봐도 편한 사이이지만 그날만큼은 친구가 한 말이 유독 기억에 남았었는데 "평소에 공방에서 혼자 작업할 때는 너무 추워서 그렇게 히터를 틀었는데, 어떻게 사람 한 명이 더 늘었다고 해서 이렇게 덥게 느껴지냐"라고 툭 던지듯 한말이 너무 감동으로 다가왔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지인에게 그런 존재로 느껴질 수 있었다는 사실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었다.




 더 나은 삶을 일궈내기 위해 오늘 하루도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을 그 누군가에게 '진심'이 가닿기를 바라며 얼마 전에 인상 깊게 읽었던 『80년대생들의 유서』 책 에필로그 부분에서 저자 홍글 작가님이 언급한 부분을 공유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책을 만들면서 한 사람의 인생의 궤적을 따라 같이 걸어보는 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어떤 삶에든 고난은 있다는 것, 그 고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됩니다.

(...) 나와 상대에게 생채기를 내는 말들이 충고, 조언, 평가, 판단하려 하는 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새 마음이 어때?"

책에서 배웠듯, 그 사람의 조건과 환경 이를테면 일, 승진, 취미, 가족보다는 존재 자체에 대한 질문을 건네려고 합니다.

<80년대생들의 유서, 홍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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