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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뚝 ttuk Mar 22. 2022

'라포' 형성으로 인해 더욱 깊어지는 관계

누군가를 믿고 신뢰하며 더욱 깊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매년 출간되는 트렌드 서적을 보면 우리의 취향은 갈수록 파편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필요한 정보만 취사선택하며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때로는 뜻을 모아 '연대' 하기도 한다. MBTI를 비롯한 각종 심리테스트를 통해 성향을 파악하고 같은 유형의 그룹들끼리 서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동질감', '유대감'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장장 3년 넘게 지속되어 오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다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소통의 장(場)' 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체감했을 것이다. 오프라인을 대신한 온라인에서 랜선 모임 형태로 모임을 가지기도 하고 챌린지 형식으로 하나의 목표를 정해두고 인증을 하며 서로 응원하기도 한다. 필자 또한 수시로 찾아오는 무력감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평소 컨디션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는 편인데, 일종의 데일리 루틴을 정해 매일 지켜오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혼자서 계속 이어나간다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았고 다양한 종류의 챌린지 형식의 앱/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를 시도해보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밑미에서 식단일지와 모닝 스트레칭 리추얼을 했을 당시, 같이 참여한 분들이 남겨주신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들이다. 부족한 점 보다 그 속에서도 장점을 찾아주고 격려해주는 분위기이다.



   비록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공통된 목표로 일종의 '라포' 형성이 이루어지면서 모임의 밀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각기 사는 지역, 연령대, 직업군도 정말 다양하지만 좋아하는 관심사나 취향으로 결집되어 하나가 된다. 서로의 인적사항을 몰라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해주면서 건강한 관계를 형성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느슨한 연대'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모임이 줄어든 상황에서 다 같이 모여 으쌰으쌰 할 수 있는 조직(혹은 공동체)이 있다는 것은 분명 큰 힘이 되어준다. 경쟁에 익숙해져 있는 사회적 자아로부터 잠깐이나마 벗어나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인간관계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지만 결국 우리는 또 사람으로 인해 채워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쟁’ 형식이 아닌 서로에게 '페이스메이커' 역할이 되어주며 금방 지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나가는데 큰 동력이 되어준다.



   원래 '라포'는 상담학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로 사전적 정의는 의사소통에서 상대방과 형성되는 친밀감 또는 신뢰관계를 의미한다. 단골손님과 사장님, 수강생과 강사, 더 나아가 환자와 치료진과의 관계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각자의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서로를 믿고 의지하게 된다. 나무가 가지를 뻗어 나가듯 관계가 깊어질수록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렇게 점차 관계가 확장되는 것 같다.


 5년 넘게 내원하고 있는 병원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라포'의 중요성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10년 넘게 약을 복용하면서 동네병원부터 규모가 큰 대학병원들까지 수많은 병원들을 오갔지만 좀처럼 나와 잘 맞는 선생님을 찾기란 너무 힘든 과정이었다.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진료과이기도 하고, 치료진이 바뀌게 되면 내 이야기를 다시 처음부터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했기 때문에 하루빨리 정착을 하고 싶었다.


 개개인마다 잘 맞는 선생님의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소량의 약물에도, 약간의 외부환경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로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해줄 수 있는, 아픈 상처가 아물고 새순이 다시 돋기까지 그저 묵묵히 기다려줄 수 있는 그런 든든한 치료진을 만나고 싶었다.


 다행히 지금은 좋은 치료진을 만나 단순히 진료실 안에서의 의사 역할만이 아닌 인생을 몇십 년 더 살아본 인생 선배이자 멘토로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주시기도 하신다. 물론 치료진은 전지전능한 신도 아닐뿐더러 개인의 의지와 주변 환경 등 여전히 헤쳐나가야 할 변수들이 눈앞에 놓여있지만 진료실 안에서만큼은 든든한 내 편이 있기에 선생님을 믿고 묵묵히 나아갈 수 있다.




 치료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낀  명의 환자로서 투병일기나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내담자분들의 이야기를 보면 더욱 눈길이  수밖에 없는데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기자님이자,  투병 후 치료를 이어나가고 계신 황승택 기자님의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  구절의 일부분을 공유하며 치료진과 환자의 '마음의 유대' 중요성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기고자 한다.


특히 단기 질환이 아닌 장기 질환의 경우 환자와 의사의 신뢰, 이른바 라포(Rapport)라고 불리는 신뢰 관계가 아주 중요합니다. 라포란 '마음의 유대'란 뜻으로 서로의 마음이 연결된 상태를 말하며 라포가 형성되면 호감과 신뢰의 감정이 생기고 마음속의 깊은 사연까지 이야기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라포가 없다면 긴 치료 기간을 버텨 내기 힘듭니다.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 황승택>  中



 선생님께서는 진료 끝에 늘 해주시는 격려의 메시지가 있는데 주로 '비유' 표현을 많이 사용하시곤 한다. 저번 진료 때는 최근에 막을 내린 동계 올림픽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 게 기억이 난다. 이제는 우리나라 국민들도 올림픽 메달 여부와 상관없이 4년간의 준비기간 동안 흘린 땀과 눈물, 경기 당일날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임했을 선수들 모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는 성숙해진 시민의식을 빗대어 표현하시면서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늘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한 것만으로도 수고 많았어요"라고 해주신 그 따뜻한 한마디가 가슴에 깊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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