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위치와 노동의 가치
Ⅰ. 들어가며
‘여성에게 최저임금은 곧 최고 임금이다.’라는 여성운동의 슬로건에서 드러나듯이 여성 노동의 가치는 저평가되거나 노동의 질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왔다. 자본주의 안에서 노동의 가치평가는 대표적 임금의 형태로 드러나는데,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직무의 특성과 개인의 업무능력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상식이라고 우리는 배워왔다. 하지만 우리는 이상하게도 현실에서 상식과 맞지 않는 사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같은 노동을 하여도 어떤 성별을 지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임금은 달라진다. 호명 역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데,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같은 직무 안에서도 달리 불린다. 하나의 예로 요리사라는 직업군에서 남성은 셰프, 여성은 ‘주방아줌마’, 회사원의 경우 남성은 직급으로, 여성은 ‘미스김’으로, 소규모 자영업자에게도 남성은 사장님, 여성은 ‘이모’라고 호명된다. 이 차이는 직무가 아닌 성별분업으로 분류하였기에 가능한 호칭이다. 또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100:641)의 임금의 받을 수밖에 없었고, <3시 STOP>캠페인 진행하였던 여성 노동자의 절규는‘여성 직장인’인 나의 위치성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여성 노동은 출근하여 자신의 직무에만 집중할 수 없는 저평가되는 업무 배치와 아무리 열심히 노동하여도 언제나 대체 가능한 노동자인 비정규직에 위치함으로써 임금 역시 낮은 수준의 최저생계로 내몰고 있다. 이쯤이면 우리는 궁금해진다. 어쩌다가 무엇이 여성노동자들을 최저임금의 화두에 집중하게 하였는지? 왜 노동자들 간의 연대로써 노동자로써의 권리투쟁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 관해서 말이다. 기존 언어인 남성의 노동에 대한 정의로 여성의 노동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기존의 언어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관해 여성이 노동한 역사와 이런 환경을 가능하게 만든 사회적 맥락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Ⅱ. 여성의 위치 및 노동의 가치
1. 전통사회에서 여성의 위치
인간은 다양한 형태로 도구를 사용하여 진화하였고, 규범을 달리하여 사적 재산을 늘려왔다. 과거 유목시절 많은 부족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채집·사냥하는 등 정기적으로 이동하여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얻었다. 하지만 혹한 추위와 일정하지 않은 먹거리 등으로 인해 불안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도구의 사용과 가축을 길들이면서 농업이 시작되었고, 이때부터 인간에게는 ‘사적소유’라는 개념이 생겨난다. 인간은 더 많은 식량을 얻을 수 있었으며, 정착하여 예측 가능한 삶을 살게 되었다. 이전처럼 사냥에서 사망하는 인구가 줄었으며, 농산물의 양 역시 훨씬 늘어났다. 많은 잉여농산물을 축척한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서로 간의 분쟁은 잦았고, 이를 조절하기 위한 법제도, 왕·성직자와 같은 다양한 직업군, 재산의 수량을 위한 회계, 이를 기록하기 위한 문자 등이 탄생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동체에서 국가로 변화하는 동안 남성 중심의 신분사회는 단단해졌으며,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역시 더욱 견고해졌다.
위와 같이 가부장제 사회가 사유재산을 축척하고 늘려가는 동안 여성은 도구로서 사용되어 왔다. 과거에는 정략결혼이라는 제도가 있었고, 한국에서도 불과 122년 전 조선에서 정략결혼이 성행하였다. 나무위키 백과사전에 의하면 정략결혼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가장이나 친권자가 자심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하여 당사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시키는 결혼을 말한다. 스케일이 커지면 집안이 아닌 나라 사이에 왕실의 공주와 왕자가 결혼하여 나라 간의 동맹 등을 이루기도 한다.”. 이와 같은 사례는 손권의 아들과 관우의 딸, 공민왕과 노국공주,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등 사례는 너무나 많아 모두 나열할 수도 없다. 이와 같이 가부장에의 공적·사적 지배계층의 사유재산 보존을 위해 여성은 도구로 사용되어 왔고, 이를 아름다움 사랑과 미덕으로 포장하여 정당화하기도 한다.
2. 산업사회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 영국에서 시작된 기술의 혁신으로 기계가 발명되면서 산업사회가 시작된다. 대량 생산과 공급이 이루어지면서 국가 간 무역이 발달하고, 자본이 자본을 벌어들이는 시대가 도래된다. 당시 많은 여성들이 도시로 이주해 공장에 취직을 하였는데, 여성은 하위직급 노동자로 배치되거나, 기술이 필요 없거나 최소한의 기술이 요구되는 직종에 취업되었다. 물론 임금도 남성 노동자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또한 외모와 연령 등에 인해 분리 채용되면서 여성 노동자들 사이의 등급이 발생하게 되었고, 경쟁하게 되었다. 앞서 말한 사례는 저소득층의 여성 노동자에 관한 사례지만 당시 중산층에 태어나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 노동자 역시 다르지 않았음을 우리는 과거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1943년 미국 일리노이 중에서 태어난 베티프리단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당시 최고의 여성대학이던 스미스여대를 졸업하고 심리학을 전공하기 위해 버클리대학 대학원을 진학하였다.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노동운동의 언론인으로서 활동을 시작한다. 당시 막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직후라 여성노동자들이 가장 많은 시절이었다. 이 당시 여성 노동자들이 많았던 이유는 많은 남성들이 전쟁에 참가했기 때문에 전쟁에 필요한 물품조달 및 노동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전쟁이 종결되자 많은 회사에서는 임신을 하거나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여성들을 해고하기 시작했고, 그 빈자리는 전쟁에서 돌아온 남성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베티프리단 역시 이 시절 신문사에서 임신의 이유로 해고를 당하였다.
이와 같이 여성들은 남성이 빠진 자리에서 언제나 대체 가능한 ‘산업예비군’의 지위로서 위치한다. 이는 뿌리 깊은 가부장제에서 찾을 수 있는데 성별분업 과정에서 여성은 ‘언제나’ 사적 영역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성적 존재로써 국가 존속에 필수인 재생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사랑과 의무’로서 가족과 공동체를 지탱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성의 노동의 가치는 절박한 생계이기보다 부수적인 활동으로 취급받아왔다. 생각해보면 결혼 후 퇴사 조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배려’였고, 생계가 우선인 남성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은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쳤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사회에서 팽배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여성들 역시 당연히 취업보다 결혼이 더 큰 가치이며 사명으로 생각하고 내면화하였고,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3. 근대사회
근대 혹은 현대사회는 신주유주의에 기반한 자본주의 사회이다. 신자유주의에서는 인간을 도구화한다. 인간의 모든 현상과 실천들이 자본의 축적의 원리로만 설명이 된다는 것이다. 개인의 다양한 실천행위는 자본으로 이어지며, 자본에 포함되지 않는 여타 행위는 경제활동에서 배제된다는 것이다. 즉 여성의 가사노동, 감정서비스, 교육 등의 행위는 자본 활동에 포함되지 않는다. 두 명의 경제학자 깁슨-그레이엄2)은 지금까지의 경제 이론은 여성의 재생산활동을 삭제된다는 점에서 남성중심주의라고 하였고, 이를 <대문자 자본주의(Capitalism)>라고 담론화 하였고, 어떤 이론적 언어를 갖느냐에 따라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을 재차 강조하였다.
깁슨-그레이엄은 남성 중심적 경제활동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며 첫째로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가, 두 번째로 노동에 대한 임금이 지불되는가, 마지막으로 자본가에 의해 잉여를 소유하는가에 대한 것만이 자본주의의 대상이 되었다. 과거로부터 쭉 이어져 왔던 남성 중심적 자본사회에서 여성은 철저하게 사적 영역으로 분리되면서 대문자 자본주의에 포함될 수 없었다. 여성의 노동이 저평가되고 가치 절하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여성은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보조적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성별분업이다. 여기에 기초하는 절대적인 생각은 ‘나의 뒤를 이어 줄 자녀’를 생산하는 활동과 돌봄에 관한 성역할이다. 즉 여성은 사적 영역에 기반하고 가족을 위해 가사를 전담하는 사람이고, 남성은 공적 영역을 담당하는 생계부양자의 역할이 이어지면서 여성은 탈숙련화되는 직무배치와 산업예비군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Ⅲ. 마치며 : 수평적인 관계를 위하여
앞서 정리한 이야기는 먼 과거의 이야기기도 하지만 현재 여성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3년 전 방송에 크게 문제 된 사건이 하나 있었다. 과연 현재 일어난 사건이 맞는지 의문이 일어난 정도로 믿기 어려운 일이 지금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사례는 다음과 같다.
2016년 3월 대구지역에 위치한 주류회사이자 <O>소주로 유명한 ㈜OOO에서 결혼을 이유로 퇴사를 강요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일로 인해 새롭게 알려진 사실은 이 회사에는 창사 이래 60년간 결혼한 여성은 퇴사해야 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직원 280여 명 중에 여성 직원 36명, 기혼여성 1명, 관리직 여성 1명으로 남녀 성별 편차가 심각하였고, 또한 여성의 학력은 고졸로 한정하여 승진을 배제하였다고 한다. 또한 휴가 역시 친가와 관련된 것만 인정하고 외가의 경조사는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건에서 결혼 후 퇴사 강요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와 관련하여 너무나 당당한 회사의 입장과 태도이다. 단순한 퇴사뿐만 아닌 시스템 전반에서 여성이 노동의 가치에 대한 존중이 없음을 적나라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2019년 현재는 전통농경사회도 산업사회도 아닌 21세기이지만, 불과 3년 전인 2016년 위와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지금도 위와 같은 일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는 과거와 달리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많은 것들이 공존하는 사회이다. 과거처럼 생계는 가장 남성만이 생계를 책임진다고 할 수 없을 만큼 한부모가족, 1인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늘어났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취직하여야만 월급을 받던 시대에서 1인 미디어, 스타트업 벤처기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계발과 동시에 수입을 벌어들이는 방법까지 ‘어떤 무엇’도 자본으로 환원이 가능한 사회가 도래하였다. 물론 모든 것이 자본 중심으로 환원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는 깁슨-그레이엄의 통찰을 벗어나긴 힘들지만,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사고 구조의 변화는 과거와 다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여성에게만 전담되었던 양육에 관한 부분이 남성과 출산휴가를 함께 나누면서 공동육아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있으며, 남아와 여아를 선별하여 출산하던 풍습 역시 과거에 비하여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변화하였다. 또한 남성들의 전용 직업군이던 기술분야와 건축분야 등 다양한 직군에서 여성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 등의 다양한 이유로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이에 근본적인 접근은 뿌리 깊은 가부장제 안에서 여성에 대한 억압의 기제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깁스-그레이엄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우리에게 다른 경제 언어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많은 경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많은 용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언어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각주
1)3시 STOP 공동행동 : 성별 임금격차 100:64 하루 노동시간의 8시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오후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하는 것을 알리고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전국 여성노동조합의 2019년 세계 여성대회 캠페인
2)깁슨-그레이엄은 이론적 성과를 모아 ‘그따위 자본주의는 벌써 끝났다: 여성주의 정치 경제 비판’을 출간했다. 책의 제목은 ‘여성주의 정치 경제’를 비판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여성주의 관점에서 ‘정치 경제를 비판’한다는 의미이며, 페미니즘 관점에서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에 접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출처: 페미위키)
참고문헌
JK깁슨-그레이엄(2013), <그따위 자본주의는 벌써 끝났다>
이재경, 조영미, 민가영, 박홍주, (이)박혜경, 이은아(2007), <여성학>
한정숙, 고정갑희, 김수진, 배은경, 이순예, 임옥희, 조선정, 홍찬숙(2015),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
연구모임 사회비판과대안(2016), <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
이영자(2004), 「신자유주의 노동시장과 여성노동자성: 노동의 유연화에 따른 여성노동자성의 변화」
장미경(2004), 「근대화 1960-70년대 여성 노동자:여성노동자 형성과정을 중심으로」
김양지영(2018), 「최저임금, 여성 노동의 문제」
2019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