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로부터
엄마아빠 잘 지내시나용. 어버이날에 편지를 쓸 때도, 안 쓸 때도 있었지만 이런 형태로 편지를 쓰는 건 확실히 처음이네요. 처음으로 어버이날에 함께 있지 않아서 특별히 준비해 봤는데 좀 놀라셨나여ㅎㅎ
호주에 온 지 벌써 8개월이 되었네요(세면서 당황…. 시간이 이렇게 빠르다니). 여기서 이런저런 사건 사고를 거치며 엄마아빠 생각이 많이 났어요. 물론 보고 싶은 마음, 걱정되는 마음 모두 있었지만, 젊었을 때의 엄마아빠는 어땠을지 궁금해졌어요. 이렇게 낯선 땅에서, 지금 우리끼리 먹고살기도 바쁜데 어떻게 일도 해내고 거기다 애 둘까지 키웠을까. 존경스러운 마음도 절로 들고요. 하지만 엄마아빠도 사람이었으니 우리가 어렸을 때 생각했던 것처럼 척척 해내진 않았겠죠? 많은 어려움과 갈등이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어찌어찌 헤쳐 나간 거였겠구나, 많이 힘겨웠겠구나. 생각하게 되네용.
엄마아빠도 힘겨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그런 것처럼 뿌듯해했을지도 궁금해요. 엄마아빠는 우리 어렸을 때는 지치지 않는 슈퍼맨, 슈퍼우먼 같았으니까, 힘들어하는 모습도, 힘듦이 지나간 모습도 못 봤네요. 지금도 별로 티 내지 않지만, 예전보다는 오픈해 주시는 것 같아 기쁩니당. 나는 힘들면 무조건 여기저기 하소연해야 하는데, 나는 엄마, 아빠, 언니, 유진이가 있지만 엄마아빠는 어디다 풀지 걱정도 되고요(제가 속 썩이는 거면 죄송합니다 언니한테 하소연하세여).
아무튼 호주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아빠를 떠올리며 힘내봅니다. 워홀이 뭐 그렇게까지 힘들겠냐마는ㅋ. 그래도 호주에 온 건 제가 살면서 내려본 선택 가운데 가장 잘한 것 중 하나라고 확신해요. 하루하루 이곳에 머무는 게 좋고, 일하러 나갈 수 있음에 감사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음에도 감사해요. 그리고 이 모든 경험도 엄마와 언니의 약 3년에 걸친 끈질긴 등 떠밂과 엄마 아빠 언니의 적극적인 지지 없이는 불가능했을 걸 알기에, 우리 가족에게 가장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엄마아빠, 제발 건강 쫌 챙기시고 어버이날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