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

유럽에서 본

by 카북이

나는 우리 민족이 정말 뛰어난 민족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은 나라에서 올림픽 금메달도 나오고, 아이돌 문화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기도 한다. 세계 올림피아드를 열어도, 한국 아이들은 정말 뛰어난 성적을 낸다.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하며,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많고, 춤을 잘 추는 사람도 허다하다. 노래방, 피씨방, 술집, 등 여러 유흥거리를 봐도, 한국만큼 도파민 생성기가 많은 곳이 없다. 심지어 새로운 것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니, 유행에 조금만 뒤쳐지면, 적응을 새로 하기가 어렵다. 한국은 정말 특별한 곳이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은 OECD 국가 중 단연코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고,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공부는 잘하지만 노벨상은 없고, 다양한 정치적 문제를 갖고 있다.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대한민국에 뛰어난 대통령 혹은 리더가 나오면 정말 큰 성장을 이룰 텐데…“이다. 하지만 이것은 희망사항일 뿐,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 정말 재밌고, 행복이 가득한 나라이지만, 속을 면밀히 살펴보면, 상처도 많고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썩은 부분도 많다.


유럽 같은 경우는 한국만큼 도파민이 터지는 곳은 아니다. 대전보다 놀 게 없으면서, 일요일에는 모든 곳이 문을 닫는다. 공공시설이나 인프라도 한국만큼 좋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고, 무료 화장실은 찾기가 어렵다. 한국은 혁신이 많이 일어나는 곳처럼 느껴지는 반면에 여기는 역사와 전통을 지키는 도시 같다. 유럽에 살면 빨리빨리에 길들여진 내가 보기에 답답한 것들이 정말 많이 보인다. 한국의 시스템이 참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반면에 유럽 사람들은 이런 도시에 살아서 그런지 참 여유롭다. 느릿느릿하고, 손님보다 자기의 페이스가 우선이다. 손님인 내 입장에서는 열불이 나지만, 이상하게 이런 분위기가 부럽게 느껴진다. 유럽의 도시는 한국의 도시만큼 살기 좋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유럽 사람은 더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산다. 모순적이지만, 한국사람의 모습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더 이상 들지 않는다. 우리 민족은 거래를 한 것 같다. 빠른 일처리 속도를 얻는 대신, 여유를 뺏겼다. 깨끗한 인프라를 얻는 대신, 정겨운 이웃을 뺏겼다. 우리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뛰어나서가 아니라, 다른 중요한 것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치를 못하는 것도, 학생들 자살률이 높은 것도, 출산율이 낮은 것도..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욕심을 위해 포기한 것들이다. 참 많은 것을 얻었지만, 참 많은 것을 잃었다.


지금 와서 행복과 여유를 되찾고, 빠른 발전과 혁신을 포기할 수 있을까? 욕심을 버리고, 좋은 성과를 포기할 수 있을까? 솔직히 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가능하게 하는 것도 개인은 가능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다시 행복과 여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뛰어난 정치인을 배출해서 대통령 당선까지 이뤄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사회의 욕심을 줄일 수 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잘 모르겠다. 모든 나라가 한국처럼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나라는 빠른 발전과 혁신을 얻고 싶어도 얻지 못한다. 어쨌든 한국은 뛰어난 성과를 내는 나라가 됐다. 많은 것들을 포기했지만, 높은 위치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이 선택을 뛰어난 선택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길이었고, 선택이라고 하는 것도 모순적이지만, 결국 이렇게 됐다.


유럽에 와보니, 내가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자랐는지 깨닫게 된다. 한국에 살 때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환경에 오니까 내가 소중함을 잊고 살았다는 걸 알게 된다. 주어진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잊지 않으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한국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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