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독자

by 카북이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면, 다시 봐도 내가 참 잘 썼다고 생각되는 글도 있고, 대충 끄적이며 쓴 글들도 있다. 보통 대충 끄적인 글은 내가 썼지만 별로 애정이 가지 않는 글이다. 큰 노력을 들이지도 않았고, 이상하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이랑은 거리가 먼 느낌이다. 반면에 내가 정성을 들여 쓴 글들은 나를 잘 나타내는 느낌이 든다. 내가 말로 하지 못하는 생각들이 잘 담겨있다.


모순적이게도, 브런치 이용자들에게 “라이크”를 많이 받는 글은 그런 대충 쓴 글들이다. 내가 참 잘 썼다고 느끼는 글은 대부분 4~5개 정도의 라이크 밖에 받지 못한다. 분명 길이도 더 길고, 많은 정성이 들어가 있는 글이지만, 남들이 읽을 때는 그런 정성이 잘 느껴지지 않았나 보다. 어쩌면 내가 긴 글을 조리 있게 쓰지 못해서 지루하다고 느낀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짧은 글은 읽기 쉬우면서도, 딱 필요한 내용만 들어있다 보니, 직관적으로 나의 생각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뭐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글들이 라이크를 적게 받는 이유는 저자와 독자의 입장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글을 쓴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쓸 때도, 독자의 입장을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 이런 마음가짐이 나의 정성을 나를 위한 정성이 되게 하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내 글 안에 나만 알고 독자는 공감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들어가는 것 같다. 독자는 자신을 위해서 읽는다.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혹은 새로운 관점을 배우기 위해서 읽는다. 보통 저자가 양보를 하지만, 나는 아직은 양보할 생각이 없다. 누구를 위해서 글을 쓸 만큼 글을 잘 쓰지도 못한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정도로 생각이 깊지도 못하다. 많은 경험을 하고 성장을 하면서 나중에는 꼭 다른 사람을 위한 글을 한번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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