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내일을 위해
역사적으로 봤을 때 미친놈들은 많았다. 어떤 미친놈 수백 명을 학살했고, 어떤 미친놈은 민주주의를 찬탈하고 많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을 한다. 이번에도 그런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우리는 21 세기에 민주주의를 빼앗길 뻔했다. 우리는 40년 전에 민주주의를 빼앗겼고, 40 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민주주의를 또 빼앗길 뻔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이런 사건은 충분히 일어날 만한 사건이다. 권력을 위해, 권력에 의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뭉쳤고 투쟁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갔다. 특히 한국인들은 이런 위기 때마다 놀라운 단합력을 보여줬고, 믿을 수 없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런 비상식적인 정치적 결정들은 계속 일어났다. 대다수 한국의 정치인들이 내리는 결정은 이해가 잘 안 되고 국민들은 계속해서 어리석은 정치인 선택한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 반복해 왔고 한국의 정치는 여전히 부정부패와 거짓이 가득하다. 내가 봤을 때 한국의 정치판은 목적성을 잃었다. 사람들의 단합력도 눈에 띄게 줄었다. 내 또래들이 익명 커뮤니티에 올리는 글만 봐도,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자신이 저번 대선에서 내린 선택에 책임을 지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른 후보가 됐으면 더 상황이 안 좋았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책임을 회피한다. 여당 내부에서도 탄핵에 대한 입장이 계속 갈린다.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한 범죄자를 지키려고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목소리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각 국회의원에게 정치를 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돌아오는 답변이 진심일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가 어렵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은 국민의 대표로 저 자리에 있는 것이지만, 어떤 국회의원들은 불리한 안건에 대해서는 본회의장을 떠나며 투표권 자체를 포기한다. 직무유기다. 국회의원들의 책임만은 아니다. 투표권은 우리한테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된다. 민주주의 아래에서의 모든 책임은 우리한테 있다. 이 책임을 회피하지 말자.
나는 이런 대한민국 정치문제의 원인을 철학의 부재로 보고 싶다. 에릭 와이어의 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학교는 철학을 가르치지 않고 철학에 대해서 가르친다. 철학에 대해서 가르치는 건 그냥 유명한 철학 이론을 가르치는 것이지만, 철학을 가르치는 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다.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오직 경제적 성장, 지지율 1%에만 집중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방법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부유해졌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 철학을 재정의하고 발전시킬 때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나아가야 될 방법을 생각하고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고, 우리가 사는 목적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봐야 한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김사부 말마따나 우리가 왜 사는지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국회의원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법을 만드는 직업이다. 개개인이 공리주의적일 필요는 없지만, 국회는 공리주의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의사는 환자가 아픈 곳을 치료하고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다. 그게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직업의 본질, 삶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삶의 본질을 찾기 위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철학에 대해서 생각하고,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이 내린 선택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투표권에 대해 조금은 책임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민주주의는 모두의 책임인 동시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도 지지 않은 책임은 재앙의 형태로 우리한테 돌아온다.
저번 대선에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약간의 후회, 죄책감과 함께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올바른 사회 철학이 우리를 이끌어주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