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처럼 느슨하지도 팽팽하지도 않게

인간 관계에도 연의 지혜 필요

by 신 필

수변 공원에서 피크닉을 했다. 나무 그늘 아래에 돗자리를 폈다. 누워서 팔베개를 하고 바람과 구름과 햇살과 아빠가 아이에게 불어주는 비눗방울을 봤다. 오후의 한때가 그렇게 흘렀다.


피크닉을 위한 간식거리와 함께 문방구에서 6천 원짜리 연을 샀다. 투명 비닐에 독수리 모양이 그려지고 3개의 긴 줄이 꼬리처럼 달린 정사각형 모양의 연이었다. 8살 아들에게 연 물레를 손에 쥐어주고 바람이 불 때 연을 살짝 띄워 줬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뛰어가서 바람을 만들라고도 했다. 그러나 아이는 날고 있는 연에서 연 물레를 풀고 감는 것부터 힘겨워 했다. 아이가 연을 날리는데 재미를 느끼고 손맛을 보기를 기대했다. 스스로 터득하길 원해서 나는 뒤로 빠졌는데 아이는 역시나 연 물레를 놓치고 말아 수십미터나 물레를 쫒아가다가 나무에 연실이 걸리기도 했다.


나는 도시에서 큰 탓인지 연날리기를 해본 경험이 없지만 연날리기가 제법 잘 됐다. 연이 꼬꾸라지기도 하고 춤을 추듯 빙글빙글 돌며 솟구쳐 오르기도 했다. 연과 나 사이에 연실을 보면서 팽팽함과 느슨함의 적당한 중간을 표현하는 말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연과 나 사이의 실이 팽팽해 졌을 때 연줄 물레를 풀어서 하늘 높이 날려 보내고 실이 느슨해졌을 때는 연줄 물레를 감아서 팽팽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해야 연은 날 수 있다. 바람이 약해지거나 강해질 때에 맞춰 연이 하늘에서 내 의지대로 움직이도록 조정한다. 이를 통해 연날리기의 묘미를 알게됐다.


하늘에서 춤추는 연을 바라 보았다. 바람이 강해 제 힘으로 연 물레를 풀어버릴 때는 휘이잉 하고 풀리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바람에 날리는 연에 몸이 끌려갈 듯도 했는데 손맛이 일품이었다. 연이 날고 있는 도중에 연 물레를 돌뿌리에 고정시키고 딴청을 피워봤다. 그랬더니 연은 몇분간은 잘 나는가 싶더니 금새 땅으로 꼬꾸라지고 마는 것이었다. 아! 연날리기 하나를 하는데도 사람의 손이 필요하구나! 바람의 세기와 연과 나를 잇는 연실의 팽팽함의 정도를 늘 생각한다.


그래야만 연은 오랫동안 날아 오른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이렇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연이 고꾸라지지 않도록 하듯 늘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며 바라봐 주는 것이구나하는 깨달음을 얻는다. 삶을 사는 것도 같은 이치다. 세찬 바람이 불 때는 조금 느슨하게 연실을 풀고 있어도 된다. 그러나 바람이 부족할 때는 연실을 최대한 팽팽하게 잡아 당겨서 연이 고꾸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의 인생도 시련이 올 때는 세상과 힘차게 맞서 싸워야 한다. 또 인생에 좋은 날들이 이어질 때도 너무 연실을 느슨하게 해서는 안된다. 연이 하늘을 유영하는 것 처럼 나도 인간관계 속에서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며 부드럽게 훨훨 비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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