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고모부가 떠준 활어 회에 동해가 있었다

by 신 필


통발로 잡은 활어 회, 맛 일품

처고모 사위들과 정치 얘기꽃 피워

일가친척 모여도 따로 숙박하는 일본



처고모 세분이 사위와 손자 손녀들을 대동하고 친정에 왔다. 내겐 처갓집이지만 그들에겐 친정이다. 도시로 나가 살면서 고향 울진의 바다를 원망하기도 하고 그리워하기도 했지 싶다. 동해안에 50 가구가 될까 말까 한 작은 어촌 부락이 내 처갓집이다. 게딱지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마을 해변에는 미역을 널어 말리고 있고 갯바위에는 하얀 갈매기 똥이 붙어 말랐다가 파도에 젖기를 반복하며 시간의 옹이를 쌓아가고 있는 마을이다.


처갓집에 처가 친척들이 한 30명 모여서 마당에서는 숯불을 피우며 드넓은 바다와 해안가 물새 우는 소리를 듣는다. 통발을 바닷가에 놓아뒀는데 한 20cm 길이쯤 되는 물고기가 들어왔다. 가시 같은 등 지느러미를 펼치고 비늘에 갈색점이 박혀 있는 녀석이었다. 처고모부가 서툰 솜씨로 회를 떠서 주었다. 그는 서울 구로구에 봉재기술자로 오래 일하셔서 솜씨가 뛰어났다. 바늘을 잡는 솜씨로 물고기 비늘을 벗겨내고 내장을 발라내고 살점을 쓱 쓱 도려내 물에 한번 짜서 식탁에 올렸다.


짠 바닷물이 물고기 내장으로 정화되고 생글생글함 살아있는 슴슴한 맛이 나는 그런 살점이었다. 막내 처고모가 솜씨가 왜 그렇냐고 핀잔을 주지만 그저 즐겁다. 내장을 도려냈는데 새끼손가락만 한 새끼 한 30마리가 뱃속에서 나왔다. 불쌍하기도 하고 가엾게 느껴져 빨간 대야통에 바닷물에 넣어 봤는데 30도 기울어진 자세로 꼬리지느러미를 움직이며 헤엄쳤다. 투명한 빛깔에 붉은색이 약간 감도는 그런 모습이었는데 다시 해안가로 가서 바닷물에 풀어 주었다.


거친 바다에 파도를 이겨낼까 걱정스러웠는데 아니나 다를까 갈매기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떼로 몰려와 부리를 처박고 먹어 치웠다. 냄새를 맡고 오는지, 공중에서도 눈으로 먹잇감을 보고 오는지 어떻게 아는지 모르지만 먹고 먹히는 자연의 먹이사슬이 놀랍기만 하다. 회를 뜬 물고기 부산물은 다시 통발에 넣으면 또 물고기가 잡힌다고 한다.


첫째 처고모님 사위 두 분과 마당에 숯불 피워 닭꼬치를 구웠다. 처갓집 족보 개족보라지만 그네들도 사위 나도 사위라서 한데 어울려 밤늦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다. 부산 사는 처고모 첫째 사위도 부산에 살며 물류회사를 운영하는데 형편이 좋아서 자녀를 많이 놓았다. 첫째 처고모님 둘째 사위는 경기도 부천사람인데 우리나라 굴지의 컴퓨터 게임 회사에서 디자인 분야 직무를 한다. 두 분 다 민주당 열렬 지지자였는데 한국의 근대화는 좋든 싫든 일본에 의해 이뤄졌다고 나는 주장했다. 그러나 두 분은 일본은 수탈을 해갔을 뿐이며 뉴라이트의 시각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식민사관이라고 했다. 식민지 조선은 근대의 정신을 받아들인 일본이 근대적으로 수탈을 해갔을 뿐이며 조국의 근대화는 박정희 대통령을 필두로 우리의 선조들이 이뤄낸 것이라고 생각을 바꿨다.


장인어른이 바닷가에 장작을 둘러 모닥불을 피워주었다. 우리는 둘러앉아 불을 바라봤다. 캄캄한 하늘에 별도 반짝였다. 작은집에 친척들이 모여서 함께 술 마시고 뒹굴며 퍼질러 자는 것은 얼마나 불편할까 싶다. 그런데도 사위들은 군소리 없이 2박 3일을 처부모님과 처외삼촌 처제, 처남들과 함께 지내주었다. K-사위들은 참 피곤하지만 아내를 위해서 참을 줄 안다.


나의 서울 외숙모는 제사가 있어도 절대 친척들을 집에 재우지 않는다고 한다. 인근 모텔이나 호텔에 꼭 방을 잡아준다. 일본도 그런 문화가 기본이며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한다. 요즘 그게 세련된 문화가족이자 현대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군부대 앞에서 먹은 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