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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벨 May 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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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 그리고 댓글에 고맙습니다.


글 몇 개로 한 사람의 인생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때로는 친정아버지처럼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동지로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저는 사교성많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정적인 사람이지요. 예민하고 겁도 많습니다. 긴장도 많이 하고 불안감도 높습니다. 상처도 쉽게  받습니다.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았고 어른인 지금도 약골입니다. 길거리를 걷다 넘어져서 많이 다치고 해외에서 응급실을 가거나 국내 여행지에서도 지역 병원을 찾는 일이 많지요. 먼저 아프다고 말을 꺼내지 않고 힘든 일이 있어도 주변에 먼저 알리지 않습니다. 사적으로 들여다보는 저는, 고구마네요.


하지만, 사회적으로 저는 독립적이고 당당하고 스마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누가봐도 걱정없이 고민없이 자란 사람, 그렇게 사는 사람처럼 보이지요. 시어머니가 보는 제 모습도 어쩌면 사회적이고 공적인 면일 겁니다. 시어머니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불평을 하지 않으니 그저 저 아이는 세상 편하게 사는구나 싶겠지요.



매년 부모님을 위해 연등을 하나 올립니다. 작년에는 해인사에 올렸지요.

엄마가 폐렴에 걸려 결혼 후 일주일 병원에서 먹고 자며 엄마를 간호한 적이 있습니다. 저보고 늘 까칠하다는 엄마가 제게 말하더군요. "내가 어떻게 너같이 살가운 딸을 낳았을까. 니가 이렇게 살가운지 몰랐네." 외할머니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큰 외삼촌이 말했습니다. "니가 이렇게 다정한 지 미처 몰랐네. 고맙다." 외할머니 임종 전부터 병원에 내려가 엄마 곁을 지키며 가족들을 챙기는 저를 보고 하는 말이었지요.



가족도, 나를 낳은 부모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다 알지 못합니다. 말과 글만으로 모든 상황을 다 알기는 더 어렵습니다. 제가 친구들에게 시댁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은 공감을 넘어 평가에 대한 위험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엄마에게 시댁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은 제 이야기만으로 남편을 평가하지 않길 바래서입니다. 시어머니가 제게 가졌던 편견을, 내 부모는 가지지 않길 바랐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는 이 곳은, 화장실입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때로는 폭력적입니다. 깜박이 없이 갑자기 차선에 끼어드는 것과 같습니다. 위험하지요. 상대방을 다치게 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비범한 아빠 덕분에 엄마는 시집살이를 하지 않았지만, 남편살이를 했습니다. 어떤 면에서 아빠는 훌륭했지만, 술을 먹고 소리를 지르는 최악의 남편과 아빠였습니다. 너도 고민이 있냐고 물었던 고등학교 친구는 아마 제가 매일 아침 밥상에서 소리지르는 아빠 때문에 지옥같은 나날을 보낸 사실을 모를겁니다. 세상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인생은 형언할 수 없는 여러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공감과 위로면 충분합니다. 공감과 위로는 한없이 다정한 일이어서 제 마음에 꽃씨가 하나씩 뿌려질 겁니다. 고마움은 든든한 거름이 되겠지요. 사람에 대한 평가는 잠시 내려 놓으셔도 좋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에게 평가를 받습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대사처럼 브런치에서는 날선 평가와 지적을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저 이 곳이 아무 존재가 아니여도 괜찮은, 가장 사적이어도 안전한 곳이 되길 소망합니다.



언제나 제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의 나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잘 살아오셨고 잘 살아내셨습니다. 제가 뿌린 응원의 씨앗이 여러분의 삶에 닿기를,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참말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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