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스레 나의 삶을 마주하기

Part 1: 점심식사

by 바람꽃

20년 전 여름 어느 날, 그 날은 나와 내 동생이 미국으로 떠나는 날이었습니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우리 네 식구는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켜 먹었습니다. 몇 시간 후면 우리 가족이 오랜 기간 헤어진다는 생각에 저마다 가지고 있던 떨림 때문인지 네 식구가 같은 식탁에 앉아 식사한다는 점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었던 것 같네요. 당연하지요. 20년 넘게 우리는 같은 집에서 함께 살아왔던 가족이고, 한 집에 사는 가족이 같이 모여 식사를 한 것뿐이었으니까요… 그때는 몰랐습니다. 가족이 한 자리에 앉아 함께 식사를 한다는 건 늘 허락되는 일상이 아니라 어느 기간에만 주어지는 특별한 선물이라는 걸…


한 달에 한번 엄마와 통화할 때면 “엄마, 우리는 언제 모여 같이 밥 먹을 수 있을까?” 묻곤 했습니다 (2000년 초반에만 해도 국제전화는 선불카드를 사서 해야 했답니다). 네 식구가 다시 함께 식사를 하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습니다. 동생네 집에서 만나 함께 식사하던 그 순간이 잊히지 않습니다. 그렇게 10일을 가족과 함께하며 밥을 먹었습니다. 그다음 해에 동생은 결혼했고, 얼마 후에 나도 나의 가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감사할 일이지만 내가 나의 친정식구랑만 식사를 할 일은 자연스레 없어졌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아니 늘 반복되는 일상이기에 의식조차 못했던 가족이 함께 하는 식사자리. 지나고 보니 늘 반복되는 일상도 언젠가는 끝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아무도 언제가 마지막인지 알려주질 않습니다. 더 이상 그 일상을 할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지루하게만 느껴지고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했던 그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더라고요…


만약 20년 전 점심식사 시간으로 되돌아간다면 모든 순간을 내 몸 안에 켜켜이 쌓아놓을 겁니다. 엄마의 눈빛, 아빠의 음성, 동생의 동작, 우리가 나눈 모든 대화, 냄새, 들리는 모든 소리까지.


오늘 내가 놓쳐버린 순간은 무엇일까요? 어제도, 그저께도 반복되었던 일상이기에 내일도 또 반복될 거라는 바보 같은 생각에 갇혀 불평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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