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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엄마 Jun 16. 2020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다정한 일기 by 혜진



은결, 지난주에 '등 떠밀려 우연히 하게 된 일중, 좋아하게 된 일'에 대해 물으셔서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제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운동이요!

사실 좋아한다고 말하긴 좀 애매합니다. 아직도 운동하기 싫어서 내적 갈등을 때릴 때가 많은 데다 '하지 마'쪽이 이길 때가 훨씬 더 많거든요.



그럼에도 누군가 저에게 '고민 때리다 결국 해 봐서 가장 좋았던 일이 뭐야?'라고 묻는다면, 전 '마라톤 도전'이라고 하겠어요. 운동신경  제로에, 땀 흘리는 거 끔찍하게 싫어하는 제가 어쩌자고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걸까요.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한강변을 달리는 기분은 정말....!!! 아는 사람만 압니다.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친구가 (정말 느닷없이) "우리 같이 마라톤 뛸래?"라고 물어왔을 때, 잠깐 고민을 했어요. 운동 신경 제로의 아줌마가 갑자기 10km를 뛰는 게 가능한 걸까? 내 돈 내고 왜 고생을 사서 해야 할까?라는 생각 사이에서 잠깐 고민하다 결국 "그래!"라고 했어요. 그때가 39살, 마흔을 맞기 직전.



불혹의 마흔은커녕 사춘기보다 더한 오춘기를 겪고 있던 때. 20대는 졸업하고 회사에 적응하느라 나이를 따져볼 새가 없었고, 30대엔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이 보냈더니, 아니 벌써 마흔이 코 앞. 당장 40대가 되면 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명확한 답 없이 가슴앓이만 하던 때였어요. 그때 친구의  "마라톤 뛰어 볼래?"라는 말은, "마흔이 되기 전에 우리 안 해본 거 뭐라도 해볼까?"라는 말처럼 들렸어요.


처음 출전했을 땐 준비 운동도 거의 하지 않고 나갔어요. 그랬더니 어이구야... 이백 미터 뛰었더니 벌써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겁니다. 같이 뛰던 친구는 이미 저 앞으로 나가서 보이지도 않고.. 그때부터 외로운 독주가 시작되었어요.


7월의 땡볕에 걸었다 뛰었다를 반복하며 한숨을 쉬었더랬죠. 음수대 물컵이 나오는 족족 다 받아 마시고는, 배가 살살 아파져서 '괜히 많이 마셨다'는 미련스러운 후회도 하면서요. 덥다, 배 아프다, 힘들다의 한탄을 추임새처럼 웅얼거리다 고개를 드니, 드넓은 한강변. 저도 모르게 '와-'소리가 절로 나왔고, 이 맛에 뛰나 봐 했어요. 앞서 치고 나가는 70대 할아버지의 군살 없는 탄탄한 종아리를 보고는 잠깐 감탄을 했고요. 이 땡볕에 '다들 같이 뛰는구나'라는 그 생경한 느낌이 아직도 생생해요.


아주 준비 없이 뛴 덕에 일주일 간은 다리 통증으로 고생 좀 했지만 '해냈다'는 그 충만한 느낌! 

그리고 그 친구와 '다시 뛰자'는 다짐을 하고는 이번엔 아침마다 30분씩 홈트를 했어요. 그리고 결전의 그 날! 여전히 친구는 저 멀리 앞서 나갔고, 저는 뒤에서 제 페이스대로 천천히 계속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30분씩 한 달간의 준비 운동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새삼 깨달았어요. 한 번도 걷지 않고 10km내내 뛸 수 있었고, 5km까지는 너무 수월하게 뛸 수 있었거든요.


총 4번의 대회에 참가했어요 :)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어 못내 아쉽습니다.



40대 아줌마도 너끈히 10km를 뛸 수 있는 팁이라면,


- 평소 준비 운동은 필수! (우리는 자칫 무릎이 나갈 수 있는 나이)

- 절대 무리하지 않고, 내 페이스 유지!

- 물은 넙죽 다 마시지 말고, 입안만 살짝 헹구고 뱉기

-옷은 꼭!!! 편한 걸로. 러닝화도 비싸기 보단, 내 발에 편하게 맞는 걸로.

-암밴드나, 허리 밴드를 차면 핸드폰과 카드 보관 가능!

-그리고, 남과 비교하지 말 것. 그냥 즐길 것!(별 다섯 개)



같이 달릴 수 있는 동갑내기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 축복입니다.



마흔 앓이를 심하게 앓던 해, 결국 해냈다는 이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할까요? 마흔에도 새롭게 해 볼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해보지 않은 일도 하면 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몸이 똑똑해지는' 알싸한 느낌이라고 말하면 좋을까요?


어느 날엔가 책을 읽다가 '이 알싸한 느낌'에 딱 들어맞는 표현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무언가를 몸에 새긴 것이다"

아무튼, 피트니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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