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되면 아이들과 부모들은 낯선 상황에서 낯익은 불안을 마주합니다. 새 학기 뿐만 아니라 "낯선 상황"에서 우리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불안감, 긴장감을 자주 느끼죠. 낯선 상황에서 마주하는 그 불안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뭐든 대답해 줄 것 같은 챗GPT에게 물어봤습니다.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첫째. 계획 세우기, 둘째. 자신감을 갖기, 셋째.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기...등등이 줄줄 나옵니다. '계획을 세우는 건 불안에 대처하는 좋은 방법일까? 아니면 불안을 다루기 위한 일시적인 대처 방법일까? 불안한 사람이 '자신감을 가져야지! '하면서 자신감을 쉽게 가질 수 있을까? 불안한 사람이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먼저 다가갈 수 있을까?'....여러 생각들이 스치웁니다. 새 학기 불안이 많은 사람들이 이런 걸 하긴 어려울 것 같아 다시 생각해 보라고 regenerate 버튼을 눌렀지만 버전만 살짝 다를 뿐 대답은 비슷합니다. 세 번째 생각해 보라고 하니 느려지면서 버벅거리더니 대답을 멈췄어요.
챗GPT는 불안을 다루는 지식만 나열할 뿐 불안 자체는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울도 모르더니 불안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불안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마음의 여섯 얼굴> 저자인 정신과 의사 김건종은 이렇게 말합니다.
완벽한 "통제"에 대한 욕구가 끊임없이 불안을 일으키고 불안이 다시 통제에 대한 강박을 일으킨다고. 챗GPT가 제안한 "계획 세우기"는 낯설고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통제" 방법입니다. 이런 통제 방식은 일시적으로 불안을 잠재울 수 있지만 내 불안의 정체를 마주하게 해주지는 못합니다. 불안의 정체를 마주보는 것을 회피하고 일시적인 대처 전략으로 삼을 뿐이죠. 통제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계획을 자주 세웁니다. 그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불안이 많아서인 경우가 많아요. 불안해서 통제하고, 완벽히 통제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이 통제에 대한 강박을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낯선 상황에서 여러분은 자주 불안해지나요?
그렇다면 질문부터 바꿔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나는 무엇을 통제하고 싶은가?"
한번 자신에게 물어봐 주세요.
낯설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난 무엇을 통제하고 싶은지.
내 뜻대로 반드시 되었으면 하는 건 무엇인지.
그러다보면 어느 덧 불안의 실체에 한 걸음 가까이 가게 되지 않을까요?
@inside.talk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