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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Mar 10. 2023

현재를 도둑질하는 감정, 불안


불안은 원래 위험한 상황에서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경계 태세를 취하게 해주는 적응적인 감정이다. 우리가 불안을 느끼지 못하면 갑자기 고속도로에 뛰어들 수도 있고, 옆을 지나가는 맹견과 맞서 싸울 수도 있다. 무언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적절한 불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지 불안이 낮은 사람들이 아니다. 적절한 불안은 오히려 우리의 안전을 지키고, 더 좋은 성과를 이루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불안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 불안은 위험한 일이 생기면 울리는 경계 경보와 비슷하다. 실제 위험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비하도록 울리는 경계 경보는 우리의 안전을 지킨다. 그러나 경계 경보가 너무 자주 울리거나 오작동을 한다면 일상에서 과도한 긴장감을 느끼거나 혼란 상태에 빠질 수 있다(권석만, 이상심리학).


병적 불안은 i) 현실적 위험이 없는 상황이나 대상에 대해서 불안을 느끼거나, ii) 현실적 위험 정도에 비해 과도하게 심한 불안을 느끼거나, iii) 위험한 요인이 사라졌음에도 불안이 과도하게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미국정신의학협회는 DSM-5에서 병적 불안을 '불안장애(anxiety disorder)'이라는 카테고리로 그룹화하였으며, 그 유형은 다음과 같다.  


    범불안장애  

    특정공포증  

    광장공포증  

    사회불안장애  

    공황장애  

    분리불안장애  

    선택적 무언증  





"염려한다는 것은 

아직 내 안에 오지도 않은 

시간과 장소를 

무언가로 가득 

채우려고 하는 것이다. 

마음이 '혹시'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헨리 나우웬-

                                                            


불안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염려하는 감정이다. '혹시 이번 시험을 망하면 어쩌지?', '혹시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면 어쩌지?', '혹시 이번에 지원하는 회사에 떨어지면 어쩌지?'...불안은 이렇게 오지도 않은 미래의 시간과 장소에 우리를 붙들어 둔다.


반대로 우울은 이미 왔던 과거에 대한 반추와 후회의 감정으로 비롯된다. '나는 이미 실패한 사람이야', '수없이 해봤지만 안됐잖아. 이번에도 안될꺼야',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구나'...우울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시간과 장소에 우리를 묶어둔다.


현재를 살지 못하게 하는 불안과 우울을 경험하고 있다면, 그 실체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 정도로 불안해 할만큼의 현실적 위협을 겪고 있는게 맞는지? 이 정도로 우울해 할만큼의 실패를 경험했고 앞으로 정말 나에게는 기회가 없는 것인지?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다. 불안해 하고 우울해 한다. 그래서 자신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위대한 마법사 오즈를 찾아 갔지만, 그 곳에서 깨달은 것은 오즈가 대단한 마법사도 아니고, 각자 자신에게 부족했던 것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토록 꿈꾸던 장소에 도착했지만 상황은 변한 게 아무 것도 없었다. 다만 그들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만 변했을 뿐이다.

도로시는 영화 마지막에서 이렇게 말한다.


"언젠가 다시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찾아 나서게 되더라도 
우리 집 뒤뜰보다
멀리 가지는 않을 거야. 
왜냐면 그건
멀리 있는 게 아니거든. 
잃어버린 적도 없어. 
항상 나와 함께 있었어!"

-마크 리어리 <나는 왜 내가 힘들까>-                                        


지금,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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