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불안에 대하여
강박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겉으로 봤을 때는 감정의 요동함도 없이 매우 이성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강박적인 사고와 행동은 내면의 깊은 분노와 불안을 통제하기 위한 방어일 가능성이 높다.
MMPI 심리검사에서 강박 수치가 매우 높게 나온 나의 내담자는 자신의 분노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았다. 10회기의 상담 이후에 점차 라포 형성이 되면서 그녀는 자신이 망치를 흔들며 숲속을 자유롭게 다니는 꿈을 얘기했다. 그러나 그녀는 망치가 공격적으로 느껴진다는 상담자의 해석에 의아해했다. 그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무거운 망치를 휘두르며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아주 화가 나있다는 것을 자주 인정하지 않았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자신을 엄격하게 통제했던 부모에 대한 분노에 겨우 접촉하기 시작했다.
강박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에 잘 접촉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안의 핵심감정이 분노와 불안인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통제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양육될 가능성이 높은 환경에서 자란 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과 다른 이들의 감정을 억압하고 통제할 가능성이 높다.
프로이드는 강박적 성격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아동기 배변 훈련 과정에서 그 성격의 기초를 형성했을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프로이드는 아동에게 배변 훈련이란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것을 위해서 자연스러운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첫 번째 상황이 된다고 인식했다. 그 시기에 통제적이고 엄격한 부모들은 배변훈련의 과정에서도 아동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기 보다는 너무 일찍 혹은 너무 엄격하게 또는 무서울 정도로 과도한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McWilliams). 이 때 자연스러운 나의 욕구를 수용받지 못한 경험으로 인해 수치심을 경험하며, 그 수치심에 대한 분노는 무의식에 억압되며, 부모의 통제적 대처 방식을 계속해서 습득할 가능성이 높다.
강박적 성격은 성취에 상당한 도움을 주기도 한다. 감정에 좌지우지되기 보다는 정확하고 체계적이며 꼼꼼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고, 높은 기준과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나 강박이 지나치면 오히려 성취에 방해가 되며, 자신의 기준만을 고집하고 요구하다가 시간 낭비를 하게 될 수 있다. 또한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통제하고 억압하기 성향이 높기 때문에 수치심 또는 죄책감을 강하게 느끼기도 한다.
내가 강박적이라고 생각된다면?
내 진짜 감정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에 이름을 달아주고, 그 감정에 잠시라도 머물러보는 것. 처음엔 어색할 것이다. 혼자서는 어렵다면 안전한 대상과 함께 이 과정을 가져볼 수 있다. 점차 자신의 감정에 접촉하고 인식하고 표현하는 순간들이 늘어나면서 어느덧 강박적 사고와 행동의 강도와 빈도도 줄어들기 시작한다.
@inside.talk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