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한 세계의 파편이
도처에 깔려 있었음을
잘 보이지 않아 몰랐지
문득문득 의외의 곳에서
발밑에 박혀 따갑다.
그러다 꽤 큰 파편 하나
못보다 밟은 날에는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져
한 걸음도 더 움직이지 못하고
한 동안 멍하니 멈추고 섰다.
누군가 이야기했던가
태어나려면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고
깨어진 그 세계 다음에
지금의 내가 태어난 건지 잘은 모르겠다만
깨진 세계의 파편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길래.
방심했다.
참 좋았던 기억의
파편들이 문득문득
나를 못살게 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