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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런하우스 Aug 10. 2023

월급쟁이 직장인의 가치
(너무 진지한 글 아님)

알약 PO(Product Owner)의 고군분투기 (4)

월급쟁이는 회사의 부품일 뿐이라고? 


첫 회사의 면접에서 '저는 월급을 받기 위해 이 회사에 지원했습니다'라고 말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은 회사의 비전을 말하거나,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입발린 소리로 입사했다.

물론 면접관도 지원자의 입발린 소리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안다. 거의 대부분 직장인들은 '월급' 때문에 회사를 다닌다는 것을.


물론 나도 사회 초년생 때는 회사의 비전과 나의 비전이 일치할 것이라 믿었고, 

작고 소중했지만 작고 소중한 줄 몰랐던 연봉보다는 역량을 키우겠다며 열심히 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과라는 것이 공평하게 평가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 동료가 나보다 연봉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한 순간에 조직과 프로젝트가 날아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사내 정치만으로 승진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술 한잔 하면서 푸념도 많이 했다.

회사가 나의 가치를 몰라준다는 푸념부터 우린 결국 회사의 부품이라는 푸념까지.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정을 위해, 그리고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월급을 위해, 여러 가지 불합리함을 참으면서 회사를 다니게 된다.  



어차피 회사와 나는 계약관계일 뿐이지만 


맞다. 회사와 나는 계약관계일 뿐이다.

회사는 나의 노동력을 구매하는 것이고, 나는 그 대가로 노동력을 지급하는 구조이다.

다만, 회사도 사람이 운영하는 무형의 존재이기에  

좋은 동료와 좋은 상사들과 멋진 비전을 가지고 회사에서 많은 대화를 하면서 일을 하다 보면 친구 같은 편안함 혹은 끈끈함을 느낄 수도 있고 회사에서 제공해 주는 다양한 혜택이 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어 줄수도 있다.

하지만 계약이 종료되는 그 순간부터.

내가 알던 그 회사는 굉장히 차갑게 나를 마주할 것이고, 편안하던 동료도 밖에서 몇 번 만나다 보면 편안하던 감정이 식어져서 어색함이 늘어날 것이다. 


회사에서 어떻게 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회사에서 어떻게 해야 인정을 받고 승진하고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가정(Family)이라는 것은 안정적인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건강이든 경제든 육아든 조금이라도 부족한 요인이 발생하면 가정의 평화는 금방 흔들린다.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 어머니 세대들은 가정주부로써의 가정의 안정을 수호하는 역할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 2040들은 사회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남녀구별 없이 열심히 사회활동을 하고 있고 그중에서 다수는 회사를 다니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회사의 부품이라는 생각을 감수하고 참으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누구나 한 번은 배웠던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이론이 기억날 것이다.

매슬로우의 4단계는 사회적인 소속감과 인정의 욕구이지만,

사실 가정을 지키는 가사 역할로는 4단계까지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다가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많은 분들이 다시금 사회로의 복귀를 꿈꾸는 이유에 대해 이런 맥락의 영향도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나는 인정받고 싶다. 그리고 회사는 인정받기에 가장 쉬운 곳이다. 


인정받는 것.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가장 하고 싶은 사회적인 성취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회사는 어쩌면 사회적으로 인정받기에 가장 쉬운 곳일 수도 있다.

대표나 임원이 되지 못하더라도, 동료들의 칭찬 한마디나 상사의 인정 한마디도 개인에게 매우 의미로운 사회적인 성취가 될 수 있다. 


월급쟁이 직장인의 가치가 회사의 부품이라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사측의 관점으로 생각한 것이 아닐까?


어차피 종이 한 장에 쓰인 것 밖에 없는 '무형의 회사'라는 것에 너무 많은 의미적 희생을 감내 말고

우리 스스로 직장인의 가치를 되새기고 같이 고생하는 동료와 후배, 상사도 인정해 주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다면, 우리 스스로도 조금은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팀원이 잘하는 것 중심을 보고 말하다 보니, 서로 존중하는 문화로 바뀌기 시작했다. 


다시 PO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나는 알약 B2C를 서비스하는 우리 조직의 성격을 '인정하는 곳'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경쟁사회 + 상대적인 평가사회이다 보니, 남들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는 것에 모두들 수련이 많이 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의 부족한 점은 '채워갈 수 있는 것'이고, 그 사람의 잘하는 점은 '인정해야 하는 것'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팀원들이 잘하는 점을 일부러 더 부각하고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질책이 필요한 점은 채워 나가야 하는 점으로 바꿔서 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조직에 합류하는 초반 3개월 동안, 1on1을 집중해서 그 사람의 잘하는 점을 인지시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하다 보니 불과 3개월 만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문화가 팀원들에게도 녹아지기 시작해서,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와 결속력을 조금씩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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