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자기 중심 그 사이에 있는 캐릭터들을 향한 작은 질문
알지? 꼭 주변에 몇 명씩 있는 부류들, 끝끝내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 말이야.
다른 사람의 물음에 답할 누군가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할 때도, “나는 말이야~”하고 자신의 경험담을 쉴새없이 이야기하는 사람들. 누가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술술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놓는 사람들. 그래서 자신에게 모든 관심을 보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사회에서 몇 번 마주치면서, 나는 그 사람들을 물끄러미 관찰하게 되었어.
대체 그들은 왜 그러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고 싶었지.
사실, 조금 변호해 주고 싶기도 했어.
나도 지인들 혹은 회사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친밀감의 표시 혹은 공감의 의도를 안고서 대화 주제와 관련된 내 이야기를 종종 풀기도 하니까. 비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소한 내 이야기라도 조심스럽게 우리 대화의 호수에 풀어놓게 된다면 더 이야기가 풍부해지진 않을까, 혹은 그 무리에 있는 누군가도 “나도 이런 경험이 있어”하고 조심스럽게 한 발 더 친밀함의 세계로 같이 진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러니까 누군가가 풀어놓은 ‘나’의 이야기는 대화의 친밀도와 공감을 높이려는 의지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아냐, 만약 그런 의도라면 한 두 번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끝내야 할 텐데, 그들은 대화의 스포트라이트를 다른 이로부터 전부 뺏어 오고야 말지. 자기 중심의 영역에 더 가깝다고 봐도 무방할 듯한 순간들이 한 두 번이 아니란 말이지. ‘나’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우리’가 더 가까워지길 바라는 게 아닌, ‘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속의 나’에게 관심을 더 받고 싶어하는 게 느껴진다고 할까. 친밀감이 과한 걸까. 아니면 선에 대한 인지 없는 순수함인 걸까.
예를 들어(과연 예시일까?) 어느 무리에서 누군가가 내게 웨딩촬영 잘 마쳤는지 물어봤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나는 내 웨딩촬영에 대한 이야기를 잘 마쳤다며 관련된 잔잔한 이야깃거리들을 무리 속의 이들과 즐겁게 나눠 먹겠지. 그때 다른 누군가가 말을 해. “나는 웨딩촬영 8시간 동안 했는데.”그러면 모두 놀라며 그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그는 신나게 자신의 이야기를 떠들어. 겨우 한 번인데 너무한 거 아니냐고? 아니, 계속 그런 식이었지 뭐야. 어떤 키워드가 나오더라도, 어떤 경험담이 나오더라도 결국에 그 사람이 대화의 끝을 차지하고 있어. 다른 사람을 향한 모든 질문들을 그 사람이 결국엔 다 대답하고 있을 때,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질문임에도 ‘나’의 이야기를 끝끝내 풀어놓는 사람들.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싶은 걸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만 비로소 행복해지는 걸까?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어서 했던 행동이 브레이크 없이 무한질주를 하고 있는 걸까? 세상은 자기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고 여기는 걸까? 대체 그 이유는 무얼까?
맞아, 이 글은 그런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덜 미워하고 싶어서 쓴 글이야. 조금이라도 변호하고 이해해주고 싶어서. 당신은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00할 뿐입니다, 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답을 찾는 게 쉽지 않네. 그래도 앞으로 나는 대화에서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질문을 받은 이의 자리를 찾아줄 거야. 당신이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하고 다시 대화의 중심을 그에게 옮겨줄 거야. 그리고 나 역시 내가 지금 너무 나의 이야기만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친밀감을 높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목소리를 멈추게 한 건 아닌지, 끊임없이 돌아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