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나의 음악] 천국에서, 김사과

트레바리 [책은 나의 음악] 시즌4, 첫 번째 책

by 커머스의 모든 것



내가 소설을 읽는 것은 한 달에 한번, 트레바리 [책은 나의 음악] 클럽 때뿐이다. 자발적으로 절대 읽을 일 없는 소설을 강제로 읽게 되는 이 기회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지 모른다. 음악과 소설을 함께 읽는 것은 또 얼마나 귀한 경험인 지.


(여러분들 많이 오세요, 여기 너무 좋습니다)




이 소설은 표현이나 각 에피소드를 도입하는 방식이 마음에 쏙 들었다. 궁금해질 때쯤 아 이렇게 연결되는 거구나 하는 도입부다. 또한 책은 전반적으로 우울함이 지배하지만, 그 우울함 속에서 역설적으로 나의 밝음을 찾는(?) 그런 시간을 주는 책이랄까.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


이 소설은 소설인 듯 소설 아닌, 한국이 겪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과 그 속에 나타난 여러 세대의 세계관과 분열을 보여준다. 뒤의 해석을 보니 더 머리가 아파졌다. 이 독서모임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 중 탑5 안에 들 것이라고 확신하는 가운데, 자꾸 인물들의 정신병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여기 나온 인물들 중 누구 하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건너 건너 친구였더라도 한 번 즈음 언급될 법한 특이한 사람들. 써머, 댄, 통닭집아저씨, 케이... 그나마 지원이 가장 정상인으로 다가왔다.


사실 지원의 입장에서 보면, 케이가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고, 가식적이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남자친구와 헤어지자마자 몇 년 만에 마주친 초등학교 동창에게 사랑에 빠지는 케이란 여자.(물론 사랑이 종종 그런 방식으로 시작되긴 하지만...) 이런 말을 했다고 내가 정상인인 것도 아니다. 사람은 다들 이상한 구석이 하나씩 있다. 케이란 여자는 맨날 걷다가 정신 차려보니 어디에 도착해 있다. 힘들면 술 먹고, 지갑 없이 나와도 편의점의 천사 같은 아르바이트생이 돈을 쥐어준다. 뉴욕에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실컷 휴학하고, 밤새 놀러 다녀도 그래도 삶에 큰 문제가 없다. 그렇게 살던 친구들도 멀쩡하게 결혼하고 애 낳고 산다. 통닭집 아저씨처럼. 시간이 흐르면 청춘 시절의 고민은 그냥 덧없음으로 느껴지는 게 인생일까.


최근 읽은 내년 트렌드 관련 책에서 멘탈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에 대해 얘기한다. 오은영 박사 신드롬이 불러온 멘털 헬스케어 시장은 더 성장할 것이란다. 사실 사람들이 예전에 덜 우울했고, 지금 더 우울한 게 아니고, 우울증은 예전부터 심각했지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이 책을 보니 그것이 맞는 것 같다. 결국 가난해도 우울하고, 부자여도 우울하다. 천국에서도 운다. 멘탈 헬스케어 시장에 투자해야겠다(?)


진짜 관계를 찾았더라면, 케이의 고민은 좀 더 쉽게 해결되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Arcade Fire - Haiti


케이가 좋아하던 노래.

과연 취향은, 다름은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여행을 많이, 오래 한 사람들은 쾌락에 관한 까다로운 전문가들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즐거움이 뭔지 안다. 그리고 그것을, 오직 그것을 믿으며 반복해서 떠난다. 그런 삶은 고립된 정점들 간의 끊어질 듯 앙상한 줄 긋기로 표현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휴가와 또 휴가 사이의 위태로운 줄 긋기로 이루어진 사민주의 사회 노동자의 삶의 패턴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 p.93



써머, 기억나? 우리가 같이 영화를 봤었잖아. 되게 옛날 영화였어. 한 장면에서 여자가 말했어. 여기가 천국이야. 또 다른 여자한테. 그 여자는 울고 있었어. This is heaven.
- p.336


여기는 천국이야. 그런데 왜 나는 울지? 이건 결국 같은 얘기야. 모든 게 망가졌는데, 왜 아무것도 무너져 내리지 않아? 왜 다 무너져 내렸는데 아무것도 끝장나지 않지? 왜 끝장이 났는데,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는 거냐고?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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